'시멘트 GDP'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이 국가와 기업, 개인의 부를 떠받치는 중국의 경제 현실에 빗댄 용어다. 최근 중국 최대 이슈인 '헝다' 사태도 이런 시멘트 GDP에 숨어 있는 왜곡된 경제 구조의 한 단면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내재된 리스크가 자산 가치 폭락으로 이어질 때 어떤 사달이 벌어질지는 1990년대 일본 등 과거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에 쏠린 다양한 경제활동이 선순환 구조에서 이탈하거나 사회 양극화 등 큰 부작용을 낳기 시작하면 후유증과 갖가지 사회 현상은 덤이다.
'탕핑족'(躺平族)이라는 신조어도 그런 배경의 현상 중 하나다. 바닥에 눕는다는 뜻의 '탕핑'(당평)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취업과 결혼, 미래 설계 등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중국 청년층을 일컫는다. 우리의 'N포세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미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과 거대 자본에 종속돼 곤궁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적게 벌어 적게 먹더라도 마음 편히 사는 게 더 낫다는 것이 '탕핑'의 출발점이다. 열심히 일해도 나아질 게 없으니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노동)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라는 것인데 '탕핑은 정의다'를 외치는 배경이다.
탕핑 현상이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관영 매체를 동원해 '탕핑은 부끄러운 것, 정의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청년 생각과 중국 지도층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지난 8월 시진핑 정부가 국가정책 전면에 내세운 '공동부유론'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최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의 급상승으로 한국의 MZ세대(20, 30대)의 자산 격차가 35배로 더 크게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의 대물림이나 기회의 불공정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국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천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4%다. 이들 앞에 놓인 출발점에 큰 차이가 나고 스스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와 여건이 안 된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 미래 전망도 어둡다. N포세대나 탕핑이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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