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선배 정규만 장로님. 당신의 인간사랑 정신이 그립습니다.
약전골목에서 활신한의원을 개업한 선배 정규만 장로는 1950년대 말, 전후의 그 피폐했던 경제적 상황 속에서 희망을 전파했습니다. 선배님은 수많은 환자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신 분입니다.
1911년 6월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신 선배님은 20대 후반에 한의사고시에 합격, 한의사가 됐습니다. 선친의 영향으로 일찍 믿음의 사람이 된 정규만 장로는 대구서현교회의 창립 교인이 되면서 일생을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자세로 일관된 삶을 살았습니다.
6·25 전쟁의 포성이 멈출 당시 대구는 전염병 콜레라와 장티푸스로 수많은 시민이 쓰러져갔습니다. 이때 약전골목 활신한의원의 정규만 장로가 조제한 약첩을 쓰기만 하면 거짓말처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전국으로 퍼져나간 소문으로 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당시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활신한의원의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전국에서 많이 찾아왔습니다. 약전골목의 한의원 자리에서 중앙통 쪽으로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외지에서 온 환자들은 한의원 인근 여관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날 조제 받은 약첩을 받아 가기도 했습니다. 선배님의 지극한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의사 출신인 저도 선배님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8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규만 장로의 위대한 신앙은 인간사랑 정신이었습니다. 당시 한의원을 찾아오는 수많은 걸인을 그는 참으로 따뜻하게 대했습니다. 초창기 많은 교역자를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처럼 그는 도움을 준 사람과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에겐 소문만큼이나 엄청난 금전적 부도 따라왔습니다. 선배는 당시 생각도 못할 웅장한 화강암 석조건물 서현예배당 건축을 시작하셨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난 전북 익산에서 채석한 화강암을 대구역까지 열차로 운반, 다시 트럭으로 남산동 현장까지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석공의 손으로 하나하나 돌을 깎아 쌓아 올린 그 정성과 믿음은 기적 그 자체였습니다. 정규만 장로는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마침내 초가집 일색이던 남산동 언덕에 노아 방주 같은 서현성전을 10년의 공사 기간 끝에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새삼 정규만 장로가 그리운 것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그의 신앙과 헌신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서현교회를 찾는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고 많은 목회자가 설교 시간 정규만 장로의 일을 간증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몸에 지닌 병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피부가 허물고 고통이 뒤따랐지만, 그는 하늘의 일을 멈추지 않고 기어코 마무리했던 것입니다.
이같은 삶을 살아온 정규만 장로는 1969년 생을 마감한 뒤, 그가 생전 보여준 것은 진정에서 우러난 참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문상객으로 가득 찬 교회와 그의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대로변에는 생전 그에게 도움을 받은 수많은 걸인이 나와 엎드려 애곡하는 모습으로 증명됐습니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것은 진정에서 우러난 참사랑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는 오늘, 진정한 의술을 통해 인간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 정규만 장로님이 새삼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대구서현교회는 선배님의 얼을 기리고 일대기를 담기 위해 지난 9월 '믿음과 헌신의 사람 정규만'도 발간했습니다.
이제 저희 후대들이 할 일 간절한 소망 하나는 약전골목 활신한의원 그 자리에 자그마한 표지석 하나라도 세워서 그 위업을 기리고자 하는 것 바로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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