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흰지팡이의 날] 신조어, 이모티콘, 짤방 향연 속 소외감 느끼는 시각장애인들

신조어 범람에 소외된 시각장애인들… 듣기만 해선 파악 어려워
음성 전환 기능 있지만, 이모티콘 등 시각이미지에 대한 설명 미흡
젊은 시각장애인일수록 소외감↑ 보다 시각장애인 친화적인 서비스 개발 필요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카카오톡 캡처

시각장애인 A(40)씨는 보이스오버 기능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불편이 크다.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례하는 라이언' 이모티콘을 터치하자 '움직이는 라이언'이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왔다. 이모티콘의 '알겠다'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기에 역부족인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가 아닌 경우 '카카오 이모티콘'이라고만 설명이 이뤄졌다. 짤 등 사진의 경우 "사진, 이미지"라고만 안내가 됐다. 얼굴 표정 등을 나타내는 문장부호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A씨는 "웃는 표정을 나타낼 때 많이 사용되는 '^^'은 음성 전환 시 '캐럿기호 캐럿기호'라고 읽어주는데 한동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며 "'웃는 표정'이라고 읽어줬다면 훨씬 이해가 빨랐을 것"이라고 했다.

신조어와 이모티콘, 사진 등을 통한 소통이 나날이 활성화하면서 이에 적응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이 소외를 느끼고 있다.

최근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이에 신조어 습득이 더딘 시각장애인들은 신조어의 의미를 몰라 소외를 느끼는 것이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옷을 입거나 외모를 가꾸는 걸 의미)',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등 한번 들어서 철자 파악이 어렵고 인터넷에 검색해 뜻을 알아보는 것도 힘들다.

드라마 청취가 취미인 대구 서구의 시각장애인 B(30) 씨는 "며칠 전에도 드라마를 보다가 무슨 신조어가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그 단어가 정확히 뭐였는지 몰라서 뜻을 찾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이 어려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뜻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매번 묻기도 눈치가 보여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몰라도 그냥 넘기는 신조어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점점 소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신조어 뿐 아니라 온라인 채팅 중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유행하는 '짤' 등 시각 이미지 사용이 활성화되는 것에도 시각장애인들의 소외감은 크다.

지난 1월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월정액 구독상품이 출시되는 등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먼 얘기다. 갤럭시의 '토크백'이나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등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해당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지만, 이모티콘이나 사진은 문자가 아니기 때문에 음성 전환 시 의미 전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달서구의 시각장애인 C(28) 씨는 "카카오톡 채팅 시 이모티콘으로 대답을 대신하거나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모티콘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단톡에서 나 혼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많다"고 했다.

천승현 대구시 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소통 문화 참여에 대한 욕구가 높은 젊은 시각장애인일수록 신조어나 이모티콘 이해의 어려움에서 느끼고 소외감이 크다"며 "시각장애인 친화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이들이 의사소통에서 어떤 문제를 겪는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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