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출 막아 서민 피해 키워 놓고 부랴부랴 대책 지시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 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했다. 이에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전세나 집단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주 발표 예정인 정부의 가계부채 보완 대책에 전세 대출 등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실수요자 배려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세 대출 등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은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양산되고 있어서다. 대출 제한 탓에 전세 계약을 파기하거나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40대 가장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잔금 대출을 줄이는 건 입주도 하지 말고 길거리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렸고, 7세 아이를 두었다는 한 여성은 "전세금 대출 규제로 4천600만 원의 전세계약금을 날리고 월셋집에 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가계 대출 증가율을 5~6%대에서 억제하라는 정부 지시를 이행하느라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농협·국민·하나은행 등은 대출 중단과 한도 축소에 나섰다. 상당수 은행 영업점에서는 전세금 대출을 사실상 선착순으로 운영하는 실정이다. 대출을 줄일 목적으로 아파트 잔금 대출 기준을 시세에서 분양가로 바꾼 은행도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을 폭등시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정부가 대출을 틀어막아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출 규제가 불러올 파장을 정교하게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을 옥죄게 만든 정부 잘못이 크다. 대통령이 대출 관련 지시를 했다는 것은 정부 과오를 인정한 것이다. 가계 대출 급증은 우리 경제에 위협 요인이지만 실수요 서민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무작정 대출 옥죄기는 재고돼야 한다. 정권이 저무는 순간까지 정부의 부동산 실패는 계속되고, 그로 인한 국민 고통은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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