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 <40> 가을의 악기 ‘첼로’

중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쓸쓸한 음색·인간 목소리와 가장 흡사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가 '브람스'라면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뭘까. 아마도 남성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첼로'가 아닐까 싶다. 중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좀 쓸쓸한 음색이 매력적인 첼로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이다.

네 줄의 현에서 울려 퍼지는 깊고 넓은 중저음은 다른 악기가 줄 수 없는 따뜻함과 평온함을 준다. 그것은 존재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신비의 울림같아 다른 악기와는 사뭇 다른 깊이가 있다. 그래서 첼리스트는 편안하게 기대고 싶어지는 이웃집아저씨 같다.

첼로는 '비올론첼로'(violoncello)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어깨에 메고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와는 달리 의자에 앉아서 연주한다. 더블베이스보다는 작지만, 바이올린의 두 배 크기인 첼로는 피아노와 하프를 제외하면 가장 넓은 음역을 낼 수 있는 악기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가 낼 수 있는 고음 연주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첼로는 고전주의시대 때는 오케스트라를 꾸며주는 조연에 머물렀으나, 낭만주의 시대 이후 클래식 음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관현악과 소규모 실내악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중요한 악기다. 저음역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때로는 음악을 이끄는 주인공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와 달리 악기의 울림통이 커 음색의 차이도 꽤 큰 편이다.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으며,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소리를 내면서 넓은 음역을 커버할 수 있다.

유명한 첼로 작품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나타'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곡은 '첼로의 구약성서', '첼로의 신약성서'라 일컬어진다. 이외에도 바로크 때부터 비발디 등이 첼로를 위한 소나타와 협주곡을 다수 작곡하였으며, 낭만시대에 이르러서도 브람스, 쇼팽, 라흐마니노프, 포레 등이 첼로를 위한 독주곡을, 드보르작, 생상, 엘가 등이 첼로 협주곡 등을 만들었다.

20세기의 뛰어난 첼로 연주자로는 카잘스, 로스트로포비치, 자클린 뒤 프레, 미샤 마이스키 등이, 우리나라 첼리스트로는 정명화, 장한나, 양성원, 송영훈 등을 들 수 있다.

찬바람과 함께 짙어가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 마음은 점점 가을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첼로의 음색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여유를 가지고 들으며 좋겠고, 옆에 진한 커피가 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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