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의대 신입생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한국장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전국 39개교 의대 신입생 2천977명 중 소득 1~8구간(월 소득 인정액 920만 원 미만)에 해당하는 학생은 577명으로 전체의 19.4%였다.(1분위가 소득이 가장 낮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분위가 올라간다) 의대 신입생 80.6%는 소득 9~10구간, 즉 월 소득이 920만 원 이상인 집 자녀였다.

상황이 이렇자, 입시제도를 개편해 가난한 집 자녀들에게 의대 진학의 문을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맞는 말이다. 부모가 가난하더라도 자식이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작금의 현상은 아니다. 개천에서는 원래 용이 안 나온다. 현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동서고금 어디나 그렇다. 그러니 자식이 '용'이 되기를 원한다면, 개천을 커다란 못으로 키우려는 부모의 노력이 우선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에서도 의사나 법관이 많이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거의 모두가 가난해서 '가난이 경쟁력 부족'의 절대적 원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부잣집 자녀들이 의대에 지금처럼 치열하게 매달리지 않았다. 만약 예전에도 부잣집 자녀들이 지금처럼 '의대 진학'에 매달렸다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밀렸을 것이고, 의대는 부잣집 자녀들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개천에서 용 안 나오는 사회'를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엄중히 생각해야 할 것은 '용이 될 청년들' 상당수가 의사직을 희망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이는 그만큼 청년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해볼 만한 분야가 우리 사회에 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의학 발전을 꿈꾸며 의대에 진학하는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표'인 학생이 다수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공부에 재능이 있고,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 일' 너머에 관심이 적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이롭지 않다. 입시제도 개편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을 엄중히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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