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신뢰 잃은 검찰

대장동 게이트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지금의 검찰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搜査)'가 그야말로 수사(修辭)에 그칠 것임을 웅변한다. 750억 원의 뇌물 공여, 1천억 원의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대통령이 한마디하자 한 차례 불러 조사하고 귀가시켰던 김 씨에 대해 영장부터 청구한 것이 실증한다. 이에 문성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와 구속영장 기각이란 일련의 과정이 어설프게 연출된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하다.

가뜩이나 검찰의 수사 의지는 애초부터 의심받는 터였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인 만큼 사건이 터지면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수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이 터지고 20여 일이 지나도록 꿈쩍도 않다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부터 검찰총장 임명 직전까지 경기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 원을 곽 의원에 대한 뇌물 공여라고 적시하면서도 정작 곽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하지도 않았다. 퇴직금이라는 김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보완 수사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그분'을 두고 '정치인 그분을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7시간 뒤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졸속 청구와 기각에서 보듯 검찰은 수사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믿을 국민을 찾기가 어렵다. 때맞춰 케이스탯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3%가 특검 및 국정조사에 찬성하고 있다. 이는 현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국민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진정 국민의 뜻에 부응하려면 이제라도 특검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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