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년간 봉사활동' 평화시장 산증인 이태원씨 '이웃의 천사'

李 새댁식육점 대표, 어르신 식사 제공·장애인 후원·헌혈
어린 시절 산골서 가난하게 살아…가게 차린 뒤 30년간 다양한 활동
13년째 '헌혈증 모으기' 환자 도와…대구시 '자랑스러운 시민상' 등 수상

대구 동구 평화시장내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58) 씨는 헌혈증 1장을 가져가면 한 근(600g)의 돼지고기를 주는 등 소아암 환자 돕기에 나서고 있다.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대구 동구 평화시장내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58) 씨는 헌혈증 1장을 가져가면 한 근(600g)의 돼지고기를 주는 등 소아암 환자 돕기에 나서고 있다.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30년간 힘든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헌혈 건수가 2019년보다 10만 건 이상 급감해 혈액 공급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3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혈증을 기부해 온 50대 중년 남성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오후 평화시장에 들어서자 빨간 조명 아래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58) 씨가 돼지고기를 썰고 있다. 32년간 이곳에서 식육점을 운영해 온 그는 평화시장의 '산증인'이 됐다.

유년 시절 산골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자란 이 씨는 항상 넉넉한 삶을 꿈꿨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20대가 된 이 씨는 결혼 후 대구로 나오게 되면서 그 꿈이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발골 기술을 배우며 실력을 키웠고, 결국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육점을 차렸다.

평화시장에 정착하게 된 이 씨는 식육점을 운영하며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세신, 식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때로는 대구 지역을 다니며 노숙자, 노인들에게 밥을 제공하고, 인근 초등학교에 10년 동안 해마다 학생 5명씩 급식 지원도 했다. 장애인복지센터를 통해 결연을 하고, 오랫동안 한 장애인의 후원 활동을 했다. 어린 시절 워낙 힘들게 살았던 그이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배고픈 마음을 더 잘 이해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봉사를 다녔다.

대구 동구 평화시장내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58) 씨는 헌혈증 1장을 가져가면 한 근(600g)의 돼지고기를 주는 등 소아암 환자 돕기에 나서고 있다.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대구 동구 평화시장내 새댁식육점 대표 이태원(58) 씨는 헌혈증 1장을 가져가면 한 근(600g)의 돼지고기를 주는 등 소아암 환자 돕기에 나서고 있다.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그러던 중 이 씨는 2008년쯤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통해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는 막연히 혈액이 부족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헌혈하던 그는 집에 있던 20여 장의 헌혈증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기부 후 자신이 직접 헌혈해 마음을 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방법을 찾던 중 항상 가지고 있는 고기를 통해 헌혈증을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헌혈증 기부는 한 장 씩 헌혈증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에게 헌혈증 1장을 가져가면 한 근(600g)의 돼지고기를 준다.

해마다 400장 정도의 헌혈증이 모이는데 백혈병, 간이식 수술 등 급하게 혈액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을 해야 하지만, 금전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나눠준다. 남은 헌혈증은 연말에 동구자원봉사센터에 기부한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 19로 인해 헌혈증 기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헌혈 봉사 뿐 아니라 20년 동안 수능 날이 다가오면 갓바위에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에 낙엽이 떨어져 행여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산길을 오르던 지역민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청소를 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2018년 대구시 자랑스러운 시민상과 2015년 자랑스러운 구민상,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이처럼 그가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기쁨은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행복이 있다"며 "더욱이 봉사를 하다 보면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헌혈증을 가지고 오면 누구든 고기를 줄 생각"이라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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