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대장동 수사 통해 본 개혁의 민낯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집권 직후부터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중심이 돼 검찰 개혁 의제를 정리한 후, 조국과 추미애 등을 기용해 ▷공수처 신설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찰 인사 제도 개선 등을 강력히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추미애를 법무장관에 기용한 이후에는 소위 추·윤 갈등으로 변질되면서 예외적으로만 행사되던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징계권, 감찰권이 수시로 행사되었다.

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통해 제도화를 이루고, 윤석열을 사퇴시켜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의 9부 능선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대표적 치적이라 자랑해온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수사 과정은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민낯이 무엇인지 극명히 보여준다.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사업은 당초 LH가 추진하다가 민영개발로 전환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성남시 주도의 공영개발을 시도했으나, 시의회의 반대로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지자 민관 협동 개발로 전환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회사에 천문학적 이익을 주었고, 각종 고소·고발 사건으로 본격 수사 과정에 들어간 상태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은 의혹 규명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성남시 도시개발공사의 전 기획본부장으로 이 사업을 총괄했던 유동규에 대한 수사도 미적거렸으며, 수사 과정에서 휴대폰도 확보하지 않았고 관련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유동규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할 때는 문밖에서 기다리며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가 하면, 창문으로 버렸다는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하다가 며칠 후 경찰이 확보했다고 하자 사과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수사 개시 20일이 지나 실시된 성남시 압수수색도 정작 중요한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이며 천화동인 1호 소유자라 주장하는 김만배의 수사는 더욱 어설프다. 첫 소환조사 후 돌려보내더니 대통령의 신속 수사 지시 후 불과 3시간 30분 만에 부실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상황을 '자초'했다. 경찰이 신청한 유동규의 옛 휴대폰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검찰은 며칠 후 자신들이 이를 확보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협동 수사는커녕 서로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고백했다.

그뿐만 아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총장 취임 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있었기에 이해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과 여당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대답이 없다.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친여권 인사로 구성돼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수많은 고소·고발을 중앙지검, 수원지검 등으로 관할권을 서로 미루는 등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야당 시절에 BBK 특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등을 주장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현 국민의힘은 이를 모두 수용했음은 물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수사를 위해 특검도 야당이 지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묵묵부답이다. 아무리 내로남불 정권이라지만, 국민의 73%가 동의하고 있는 특검 도입을 거부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찰 개혁이 완성되었다고 자축하던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런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 상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말 국민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권의 비리를 덮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인가. 검찰 장악을 검찰 개혁이라 우기며 지금까지 추진해 왔지만, 아무리 검찰을 장악했어도 자기 편의 범죄마저 덮으려는 소행에 그대로 눈감을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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