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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육 줄이라며 지원금은 쥐꼬리…한우 사육 농가 울상

의성 1만마리·고령 1400마리↑…이대로 가면 소값 파동 불가피
가임 암소 4만마리 감축 목표…사료값·노동력 들인 농민 한숨
분뇨처리시설 규제 부담도 커…보상비 지원해 수급 조절해야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 한우농가 배명섭(66) 씨가 건초를 주고 있다. 배 씨는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 한우농가 배명섭(66) 씨가 건초를 주고 있다. 배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사료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소연 한다. 마경대 기자

국내 한우 사육 마릿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과잉 공급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전국 최대 산지인 경북 한우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우 가격 하락 가능성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여론도 있지만 일부 농가는 자발적인 사육 마릿수 감축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경북 농가 "요즘 한우 많긴 많아" 한 목소리

경북의 대표 한우 산지인 경주의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말 6만5천500여 마리였는데 올해 6월 말 기준 6만8천200여 마리를 기록하고 있다. 반년 사이 2천700여 마리나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증가세가 이어지지만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증가로 한우 가격에 큰 변동이 없어 상당수 농가들은 과잉 사육에 따른 소값 파동 우려를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축산 업계는 현 상황의 지속 시 한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달 4일 경주 우시장에서 축산 농민에게 한우 수급 안정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김영일 전국한우협회 경주시지부장은 "한우 농가들이 두수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아 문제"라면서 "암소를 살찌워 출하하도록 하는 등 사육 규모 조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시군에서도 동일하게 감지된다.

현재 1만8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고령군은 3년 전보다 1천400여 마리가 증가했다. 의성군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13년 3만3천여 마리였으나 2020년에는 1만 마리가 늘어 4만4천300마리로 나타났다. 영천시도 8월 기준 4만3천700여 마리를 기록, 전년 동월 4만2천여 마리보다 1천700여 마리 증가했다.

자연히 축산 농가들 사이에서 한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정진식 고령군 한우협회지부장은 "송아지 입식 주기가 돌아오는 1~2년 후에는 틀림없이 한 차례 소값 파동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경 전 의성군한우협회 회장은 "현재 한우 가격은 최고가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국 사육 두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한우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다"고 말했다.

영천 출신인 최종효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장은 "한우 가격이 당장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수급 조절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우농가 "수급 조절 지원비 너무 적어"

전국 한우 업계는 사육 마릿수의 증가세에 맞서 가임기 암소를 비육시킬 경우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총 4만 마리 감축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한우 농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마리당 지원금 18만~20만원이 턱없이 낮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미에서 한우 100여 마리를 키우는 농민 A(63) 씨는 30여 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뒤 제2의 인생을 위해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3년 전 고향 땅에 축사를 짓고 송아지를 입식해 애지중지 키웠는데 최근 가임 암소 마릿수를 줄이라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어깨에 힘이 빠졌다.

A씨는 "퇴직금까지 쏟아부터 축사를 짓고 송아지를 키웠는데 송아지 생산을 하기가 눈치가 보여 막막하다"면서 "그동안의 사료값과 노동력 등을 계산하면 지원금이 너무 턱없다"고 하소연했다.

구미시 축산과 관계자는 "암소 비육 지원사업 신청을 받고 있는데 아직 초기이다 보니 구미지역 한우 농가 가운데 신청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우 사육 두수가 지속해서 증가해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우 수급 조절과 함께 가격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국 최대 한우산지인 경북에 미칠 타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2019년 경북한우경진대회 모습. 매일신문 DB
국내 한우 사육 두수가 지속해서 증가해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우 수급 조절과 함께 가격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국 최대 한우산지인 경북에 미칠 타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2019년 경북한우경진대회 모습. 매일신문 DB

◆한우경영 환경 악화…정부·지자체 관심 절실

국내 농가의 한우 사육 마릿수가 증가하는 이유로 한우 가격의 상승도 있지만 '농촌에서 돈 되는 것은 한우밖에 없다'는 인식도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상주·문경 일대 한우 농가들은 "겉보기에 한우를 사육하면 수입이 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올해 사료값이 큰 폭으로 두 번이나 올랐고 연말에 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사료값이 고공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분뇨 처리시설 강화와 축사 적법화 조치 등 정부의 규제도 심해져 이와 관련된 시설 투자비도 만만치 않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서 한우 300여 마리를 사육하는 배명섭(66) 씨는 "한우 사육 마릿수 증가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 환경이 나빠진 것도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씨는 "수입 물량에 의존하던 조사료가 코로나19 사태로 잘 들어오지 않아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면서 "국내 물량은 2주 전에 주문해도 소식이 없고 소를 굶길 수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각종 지원금으로 과잉 암소를 줄이라고 하지만 개인 욕심이 앞선 농가들이 쉽게 동참하기 어렵다"면서 "한우 파동이 오면 경영 환경 악화가 겹쳐 농가 빚만 크게 늘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경 한우 농가 고재흠(60) 씨는 "파동이 나기 전에 일부 보상비를 지원해서라도 암소 수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동 한우 농가 김정환(62) 씨는 "지난 구제역 파동 이후 축산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며 한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겨우 다시 기반을 갖춰오고 있다"면서 "한우 가격 고공행진이 끝나면 가파르게 떨어질 게 우려된다. 정부나 축산단체가 나서 수급을 조절하고 다양한 축산 정책으로 농가 기반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효 경북도지회장은 "사육 마릿수를 무작정 늘리거나 줄일 게 아니라 소값 파동이 와도 견딜 수 있는 사료값 등 원가 절감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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