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동성로 축제'를 맞아 사전 녹화된 가요제가 방영되고 있었다. 동성로를 찾은 이들은 많았지만 사람들은 슬쩍 스크린을 한번 쳐다보고 지나가는 등 야외무대 앞에 머무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구 중구의 대표 축제인 '동성로 축제'와 '문화재 야행'이 혹평과 호평이 뒤섞인 가운데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작게나마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의견과 비대면 개최로 인한 비슷한 콘텐츠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 동성로 축제의 경우 신개념 가상세계 구현기술인 '메타버스'를 접목해 오디션, 패션쇼, 축하공연 등을 사전에 촬영하는 것과 동시에, 동성로 모습을 반영한 3차원 가상세계를 접목시켜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영상은 뒷배경만 무대 이미지나 텅 빈 건물 이미지로 바꾸는 것에 그치면서 일부 시민들은 실망감을 표했다.
A(31) 씨는 "메타버스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동성로 축제에 이 기술이 구현된다고 해서 궁금해서 나왔는데 실망만 했다. 가상세계라기보다는 그냥 배경 이미지를 합성한 영상인 것 같았다. 신기술을 접목한 축제라고 할 수 있는지 난감함이 컸다"고 했다.

콘텐츠의 다양성도 떨어졌다. 문화재 야행의 음악회, 동성로 축제의 오디션, 패션쇼 등이 전년 축제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축제 내내 비슷하거나 같은 프로그램들이 반복 송출됐다.
적잖은 혹평 속 축제가 소소한 위로가 됐다는 시민도 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속에서 작게나마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것. 또 동성로 축제의 경우 1만원이상 구매영수증을 보여주면 사은품을 준다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인근 상인도 잠시나마 장사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와 문화재 야행 청사초롱 투어에 참여한 B(38) 씨는 "오랜만에 아이와 주말에 시내에 나왔다. 코로나19로 체험학습 교육을 많이 못 시켰는데 청사초롱 투어에 참여하게 돼 오랜만에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일각에선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지자체의 축제가 더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는 누구나 참여해 먹거리를 손에 쥐고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매년 비슷한 축제에 시민 관심과 축제의 당위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게 옷을 사세요'가 아니라 '옷을 사서 축제에 한번 참여해보세요'까지 나가야 한다. 혹은 인근 서문시장까지 연결시켜 대구 한복판 축제 등 참여자 중심으로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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