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중국 부패스캔들과 대장동 의혹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중국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국공산당기율검사위'(이하 기검위)와 우리나라 공수처의 원형으로 지적받는 '중국국가감찰위원회'(이하 감찰위) 홈페이지에는 최근 주목할 만한 2명의 공안 분야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분이 올라왔다.

쑨리쥔(孙力军) 전 공안부부장(차관)과 푸정화(傅政华) 전 사법부장이다. 이들은 시진핑(习近平) 주석 취임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해 온 최고 공안 책임자들이었다. 내년 당 총서기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 주석의 친정 체제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에선 다시 부패와의 전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둘의 낙마는 장쩌민 전 주석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분위기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기검위와 감찰위 홈페이지에는 국가개발위 부행장 허싱양(何兴祥)과 랴오닝성 정협부주임 쉐항(薛恒) 등 20여 명에 이르는 중국공산당 및 국무원과 성 정부 고위 간부들에 대한 한 달여간의 감찰 조사와 처분이 적시돼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 스캔들에 중국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터졌다 하면 수백억 원대의 수뢰 액수가 발표되고 당 중앙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터져 나오는 부패 스캔들은 중국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 주석 집권 후 최대 부패 스캔들로 복역 중인 '부패 호랑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상무위원의 경우, 발표된 부정 축재 규모가 무려 16조 원에 달했다. '6세대 지도자' 그룹의 선두 주자로 꼽히다가 낙마한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의 경우에는 약 29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가 이 정도의 뇌물만 받았으리라고 믿는 중국인은 없다.

그러나 재임 시 궂은일을 도맡으면서 '인민의 아버지'로 추앙받았지만 퇴임 즈음, 해외에 숨겨둔 재산이 폭로된 바 있는 원자바오(温家宝) 전 총리는 그 외에도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광산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나 당적 박탈과 사법처리라는 쐉카이(双开) 처분을 받은 링지화(令计划) 전 통일선전부장 일가는 1년에 6조8천억 원의 뇌물을 챙기기도 했다.

부패 스캔들과 뇌물 액수에서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대륙의 스케일을 자랑할 만한 중국이다. 중국공산당과 국무원 등의 최고위 지도자 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패와 부정, 불륜 스캔들에서 자유로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낙마한 쑨 전 부부장의 경우에는 '양봉음위'(阳奉阴违·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다)라는 죄목으로 가중 처벌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양봉음위는 '면종복배'(面從腹背)와 같은 뜻으로 중국공산당과 시 주석에 대한 '반역 혐의'와 마찬가지의 중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차기 지도자의 거취를 확정 짓는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사정 정국으로 접어든 중국에서 한국의 대선구도를 좌우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관심은 어떨까 궁금했다.

생각과 달리 대장동 사건은 중국인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 날마다 터지는 부패 스캔들에 익숙한 중국인에게 대장동 정도의 부패 스캔들은 그다지 큰 사건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와 '웨이보'를 검색해 보면 '대장동'(大庄洞)이란 키워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가 많지 않고 댓글도 거의 달리지 않았다.

고위 지도자의 부패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 국민들의 반부패 의식도 덩달아 무뎌지기도 한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반부패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생각이 사회 전반을 장악하게 되면 고위 공직자의 부패 스캔들에 대한 분노와 개혁 의지보다는 '한탕주의'가 판을 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 취임 이후의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은 부패 척결을 통한 개혁 추진이라기보다는 정적(政敵) 죽이기 성격이 도드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디디추싱 등의 IT 기업, 헝다 등 부동산 대기업에 대한 중국 금융 당국의 옥죄기와 제2의 사정 추진을 바라보는 중국 안팎의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난리를 치던 중국이 '콩 놔라 팥 놔라' 할 정도로 한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인데, 요즘은 그 정도의 여유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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