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41> 포항 민들레글방

옛 동해남부선 효자역과 포스텍이 가까운 동네책방
포항의 명물 동네책방인 '달팽이책방'과도 가까워

포항 민들레글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민들레글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옛 동해남부선 효자역과 가까워 철로가 보이는 동네였다. 포스텍이 지척이라 학구적 분위기가 풍길 법했지만 예단이었다. 느낌 있다는 식당과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동네였다. 포항 효자동 '민들레글방'은 작은 도서관이라 불러도 좋을, 더 느낌 있는 동네책방이었다.

대외적으로는 그림책방으로 더 알려진 듯했다. 아동·청소년책방이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해 보였다. 주요 어린이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비치돼 있었다. '긴긴밤', '5번 레인', '나나', '몬스터 차일드' 등이 대번에 보였다. 김초엽 작가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밖의 온실' 등도 단박에 잡힌다. 작가의 모교인 포스텍이 가까운 게 실감 난다. 포항시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이 김초엽 작가의 것이기도 했다.

책방지기 김선희 씨는 책을 연결고리 삼아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는 공간으로 책방을 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들레글방이, 다음 주 '문득 동네책방'에 소개될 예정이면서 민들레글방에서 100걸음 남짓 거리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파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나 자신이 달팽이책방 우수고객이었다. 달팽이책방이 좋아서 거기랑 가까운 곳에 민들레글방을 연 것"이라고 했다. 책을 사도 너무 사대니 남편이 어느 날 건넨 말도 자극이 됐다. "아예 책방을 운영해~."

포항 민들레글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민들레글방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시작하고 보니 함께 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기증받은 나눔책이 대량으로 보였던 까닭이었다. 책방의 3분의 1은 기증도서와 중고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500원에 팔기도 하고 무료나눔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일종의 돌려 읽기인 셈인데 이곳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였다.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하는 친환경 '선선(先善)상점'으로 천연수세미, 대나무 칫솔 등도 다루고 있었다. 지역문화 거점 역할을 맡는 듯했다.

'민들레글방'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김수영 시인이 꼽은 예쁜 우리말 10개 중에 '글방'이 들어가 있다. 사사롭게 배우는 공간이자 배움터라는 의미의 글방과 아이들이 예쁘다며 추천한 '민들레'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그와 아이들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였다. 책방지기 김선희 씨는 2019년 8월 민들레글방을 열기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읽어왔다고 했다. 자그마치 10년째라고 했다. 지금도 어린이청소년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버팀목이다. 늘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받는다. 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좋다. 보이지 않는 선순환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포항 민들레글방. 김태진 기자
포항 민들레글방. 김태진 기자

그에게 아이들과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팁을 구했다. 그는 "독자가 되려는 어린이를 어른이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 추천 필독서 같은 걸 들이밀지 말고 학습자 역할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생 독자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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