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파트 외벽 하자 보수하는 날.
확인, 또 확인. 고공 빌딩 작업 20년 베테랑이지만
옥상에 줄을 묶는데 한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작업줄과 구명줄. 두 줄에 몸을 달고는 일사천리.
어지러운 고층 외벽을 거미처럼 휘젓습니다.
로프접근기술 전문가 박동렬(자일프로 대표) 씨.
그도 달비계(간이 의자)를 단 밧줄(PP로프)을 타다
3년 전 자격증을 따고 자일로프로 갈아탔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안전.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밧줄을 타던 그땐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옥상 난간을 넘어 의자에 앉기는 살얼음판.
작업 속도가 더디다고 구명줄을 우습게보고
외줄로 타던 동료 네다섯이 하늘로 갔습니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외벽에서 추락한 그 청년도
외줄 하나로 청소하다 줄이 끊어져 당했습니다.
자격증은 무슨, 어깨너머로 배워 타는 달비계.
그래서 꼭 생명줄인 구명줄을 해야 하지만,
추락 사고는 거의 모두 외줄로 타다 당했지만,
열에 일곱은 아직도 공포의 외줄타기를 고집합니다.
발이 닿기 전까진 살아도 산 게 아닙니다.
시간 때문이랍니다. 외줄은 조작이 쉬워
고공에서 작업 속도가 1/3 정도 빠르다고 합니다.
빨리 더 빨리 타야했습니다. 시간을 까먹는
구명줄을 떼야 작업 일수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살아서 집에 가자'면서도 외줄로 탔습니다.
최저입찰에, 하도급에 또 재하도급….
이리저리 후려쳐 남은 건 '쥐꼬리'였습니다.
1백만 원짜리 공사를 40만 원대에 맡았습니다.
하도급 업체 30%는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외줄타기로 내 모는 적폐 중 적폐입니다.
자일(11mm)은 달비계 밧줄(14~20mm)보다 가늘지만
강도, 하강, 상승, 충격,구조물 접근, 위기 탈출 등
어느 하나도 밧줄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산업안전공단 안전지침엔 달비계만 인정합니다.
밧줄 굵기로 정한 이 낡은 지침 또한 적폐입니다.
855명(2019년), 882명(2020년) 올 9월까지 648명.
산재사고로 이웃들이 이렇게 스러지고 있습니다.
위험해서, 일하다 죽는다니 참 어이없습니다.
수 십년 동안 산업재해 사망률 OECD 최상위권.
모양은 선진국인데 속은 부끄러운 후진국입니다.
내년부터 김용균법,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후진국병이 낫지 않으니 이런 처방까지 생겼습니다.
안전불감증, 하도급 관행, 뒤떨어진 안전지침….
돌아보면 위험한 '외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터에, 조직에, 생명을 지킬 '구명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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