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 기고]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도서관=책 공식 깼더니…100만 인파가 찾아왔다
정혜영 경북대 교육혁신본부 글쓰기교과 초빙교수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내부 모습.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내부 모습.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내부 모습.
일본 다케오 시립 도서관 내부 모습.
다카하시 사토루 기획자
다카하시 사토루 기획자

얼마 전 매일신문에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을 다룬 칼럼이 실린 적이 있다. 도서관 사서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컬럼에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도서관 건물은 창업교육센터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종이책이 사라진 텅 빈 도서관 건물에 창업교육센터가 들어설 것인지, 어떤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도서관이 더 이상 책 중심의 전통적 기능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14일 경북대 교육혁신본부 글쓰기교과 주최의 심포지엄 '시민과 도서관의 아름다운 동행'에서 다카하시 사토루 기획자가 발표자로 나서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가 들려준 도서관은 새로웠고, 그 미래는 밝았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일본 내에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손을 잡고 도시부흥 신화를 이끌어 낸 첫 사례로 유명한 곳이다. 인구 5만 명으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던 지방 소도시 다케오 시를 100만 관광객의 도시로 재탄생시켰으니 '부흥신화'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물론 이 놀라운 신화를 다카하시 사토루라는 한 개인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일본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보거나 가봤을 '츠타야 서점'을 만든 기업 'CCC'(Cultural Convenience Club)의 창의적 정신이 다카하시 사토루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다카하시 사토루가 만들어낸 다케오 시립 도서관 신화의 핵심은 간단하다.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조사해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문화공간, 삶의 공간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다카하시 사토루가 치밀한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요구를 조사한 후, 그 요구를 반영해 만들어낸 도서관의 형태는 새롭다. 책을 읽고 빌리는 공공도서관에 스타벅스와 서점을 넣은 것은 물론, 벼룩시장을 열고 요가 교실을 개최하는가 하면 시민들이 강좌의 코디네이터가 돼 누구나 선생이면서 학생이 되도록 했다. 도서관의 무게 중심을 더 이상 책에 두지 않고,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을 제안하고 교류하는 플랫폼 기능으로 옮겨둔 것이다.

우리가 알던 기존 도서관의 형태를 해체하고 만들어낸 이 새로운 기능의 '문화플랫폼'을 두고 '도서관'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기대하고, 익숙한 전통적 도서관은 이미 그곳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카하시 사토루가 이처럼 급진적으로 기존 도서관의 개념을 해체해버리면서까지 구하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발표 말미에 언급한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이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언급한 '마을'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일 수도 있고, 서로 간의 유대가 끊어진 채 외롭게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현대 우리들 모두일 수도 있다. 도시 부흥, 인간 유대의 중심역할을 도서관에 맡기고자 한 것이다.

주한 미군이 반환하는 대구 남구 캠프 워커 헬기장 부지에 대구 대표 도서관과 평화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도서관의 관념으로 그 도서관을 조성한다면 결말은 창업교육센터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 공간이 대구 시민을 하나로 모으고, 대구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

정혜영 경북대 교육혁신본부 글쓰기교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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