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참여·소통하는 '자치경찰' 만들자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전국 읍면동 주민자치 현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생활 의제는 '생활 치안'이다. ▷아이들 등하굣길 교통 안전지도 ▷골목길 가로등 교체 ▷CCTV 설치를 통한 범죄 예방 ▷주택가 고질적인 주차난 완화 방안 ▷학교폭력 및 청소년 범죄 예방 등 생활 치안 관련 의제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정 내 폭력과 아동과 여성 대상 각종 범죄, 1인 가구 안전문제까지 생활 치안 강화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많은 읍면동 주민자치활동의 하나로 등하굣길 교통지도, 여성과 청소년 등 야간 귀갓길 동행, 청소년 범죄예방 지도, 홀몸노인 등 1인 가구 생활안전 점검, 주민자치 예산을 활용한 골목길 가로등 교체 및 확대 설치 등 생활 치안 과제를 주민자치활동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수확 철을 맞아 1년간 농민들 노력의 결실인 농산물을 노리는 절도 예방이 주민들의 주요한 생활 의제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치안 서비스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지만, 주민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공적 영역의 인적·물적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생활 치안의 일부를 주민자치활동을 통해 보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마주치게 되는 과제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적 권한을 갖지 못한 주민자치활동만으로는 위기 상황을 발견해도 즉시 권한을 행사하여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경찰 또는 행정 등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 치안 수요와 경찰 또는 행정 등 공적 영역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생활 치안 서비스 간 미스매칭으로 언제 어디서나 치안 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로 추진되는 주민자치활동이라도 일방적인 봉사와 헌신만으로는 활동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자치경찰제'가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역사적 출범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주민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이제 출범 100여 일에 불과해 자치경찰제도 자체의 정비 미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권한과 자원 배분 문제 등 제도적 보완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자치경찰제의 역사적 의미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주민 생활 현장에서 다양한 치안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접근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치안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사후 대처보다 예방조치를 통해 주민 생활 주변에서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경찰의 의미와 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홍보가 매우 필요해 보인다. 또한 자율방범대와 같이 기존 주민 조직들이 자생적으로 추진해 오던 생활 치안 서비스를 자치경찰과 연계, 읍면동 단위 생활 치안 문제에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참여해 새로운 공동체 관계망을 형성함은 물론, 공동체 내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치경찰제가 일방적인 공적 서비스 기능을 넘어 공동체 내부 주민 간, 주민과 경찰 간 '소통'과 '신뢰 형성'을 통해 모두가 체감하는 새로운 생활 치안 서비스의 대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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