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봄, 코로나가 막아놓은 '공연 장막' 걷는다

대구 문화·공연계 '위드코로나' 준비…대구문예회관 사전예약 폐지 계획
인원제한 풀거나 상향조정 등 검토…연말까지 '現 방역 모드' 일정 맞춰
"당장 큰 변화 기대 없어…오히려 감염자 폭등할까 우려 시선도"

공연장마다 가림막 설치 등 방역 조치 속에 티켓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기간에 딤프지기들이 티켓팅을 도와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공연장마다 가림막 설치 등 방역 조치 속에 티켓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기간에 딤프지기들이 티켓팅을 도와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11월 초 정부의 위드코로나 조치를 앞두고 공연, 전시 등 대구 문화계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터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큰 변화를 예상하지는 않는 눈치다. 이미 연말까지 코로나 방역 모드로 모든 일정이 맞춰진 데다 일부 수도권 공연장에서 돌파 감염 사례도 보고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해빙기'가 되려면 빨라도 내년 봄은 돼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객석 제한·사전예약제 손질…더 많은 관람객 받는다

공연계에서는 위드 코로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앞다퉈 객석 제한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253회 공연에 3만200여 명이 입장해 벌써 지난해(266회 공연·2만5천400여 명 입장)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객석의 점진적 확대와 함께 새해 음악회부터는 전면 개방도 검토하고 있다.

동반자 외 한자리 건너뛰기 좌석 운영을 하고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경우도 내년 1월 공연부터 전면 개방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현재 12월까지 티켓 오픈된 상황이라 연말까지는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질 객석 운영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위드 코로나를 맞아 먼저 관람인원에 제한을 두던 사전예약제를 폐지 또는 완화할 계획이다. 전시시설 이용인원을 면적당, 시간당으로 제한하던 방식에서 인원제한 없는 관람 또는 제한인원을 큰폭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

또 전시와 관련한 부대행사, 개막식, 심포지엄, 교육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 등도 어느 정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예술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사전 예약제를 완화하고 백신접종완료자에 한해 사전예약 없이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백신 미접종자에 한해서도 하루 840명 입장을 늘려 탄력적인 운영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미술관은 대면 발권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 발권기를 도입, 무인 발매기를 10대 설치했고, 디지털 미디어가 익숙하지 않는 입장객을 위해서 유인발권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발권기 주변에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신속하게 관람객의 입장을 도울 계획이다.

수창청춘맨숀의 경우 올해 말까지 위드 코로나 적응기를 위해 대구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한 사전예약제 운영은 멈추되 A동을 단일출입구로 사용해 한 방향 이동동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 시설은 위드 코로나가 되더라도 전시시설 입장 절차(발열체크, 명부작성, 또는 QR코드 인식)는 당분간 지속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대구 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좌석에 설치된 거리두기 안내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6월 대구 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좌석에 설치된 거리두기 안내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큰 변화 없어…야외공연 활성화 기대"

이동수 대명공연예술센터장은 기대감보다는 평정심 유지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코로나19를 지난해부터 겪고 이겨내면서 대형 방역 훈련을 한 셈이다. 이미 생활습관처럼 코로나 시국에 버텨내는 법을 배우나 관객 모두 잘 익힌 상태"라며 "위드코로나로 크게 달라지진 않을 듯하다. 특히 서울 대학로 연극공연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걸 반면교사로 삼아 더 조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연거리 극단들은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 일종의 고삐가 풀릴 거란 예상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하던 습관 등 기존에 해오던 방역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융희 극단 나무테랑 대표는 "위드코로나로 긴장이 풀려 코로나 초창기처럼 감염자 폭증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당분간은 더 조심해야 할 듯하다"고 경계했다.

사전예약제를 통해 대구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사전예약제를 통해 대구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도 "얼음이 얼었다가 녹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관객들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분위기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야외공연 등 열린 공간에서는 위드코로나의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철원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은 "연말까지 준비된 것들이 코로나 상황에 준한 것이라 계획대로 임할 것"이라며 "다만 내년부터는 코로나 시국을 겪고 터득한 방식으로 공간 변화 등 새로운 시도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야외공연부터 확연히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그에 맞는 프로그램과 공연들을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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