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염없는 기다림 'ARS'…콜백 시스템도 안 갖춰 '분통'

경북대병원, 전화회신 시스템 없어 환자들 불편 호소
인터넷 사용 취약한 노인계층 불편 더욱 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유독 병원 진료가 붐비는 월요일, 진료 예약 변경을 위해 경북대병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던 A(72) 씨는 "문의가 많아 응대가 어렵다"는 안내 멘트만 들어야 했다. 기약 없이 기다리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전화가 뚝 끊어지기 때문이다. 수 차례 다시 전화를 걸어도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됐다.

A씨는 "다른 병원은 전화번호를 남겨놓으면 콜센터에서 회신을 주기도 하던데 국립대 병원인 경북대병원은 이런 서비스조차 없다"면서 "너무 화가 나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전화번호를 찾을 수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일러를 틀었다가 갑자기 경고등이 들어와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걸었던 B(42) 씨는 당황했다. 수십 번을 걸어도 '지금은 문의가 많아 전화연결이 어렵습니다'며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B씨는 "아이가 어려 당장 난방과 뜨거운 물이 절실한데 아예 연결될 방법조차 없어 너무 답답했다"면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동안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 같아 동네 설비집 기사를 불러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의 병원이나 기업·기관 등이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콜센터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갑자기 전화가 몰릴 경우 아예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114 전화번호 안내 등을 통해 부서나 지점 등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콜센터 대표번호로 일원화되고 다른 전화번호 정보는 일체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인터넷 검색 등이 익숙치 않은 노인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이나 민원제기 등이 어렵다 보니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C(61) 씨는 "전화를 걸어도 ARS에서 나오는 기계음성이 '이거 눌러라, 저거 눌러라' 귀찮게 하는 데다 거기서 또 기다리라고 하면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올라온다"며 "상담원 연결을 신청해도 기다리는 게 하세월이라 이런 걸 편리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화로 이뤄지는 상담 업무가 청력이 약해진 노년층에게는 힘든 경우도 있다. D(80) 씨는 "보청기를 끼고 있어 말이 잘 안 들리는데 콜센터 직원들 말은 어찌나 빠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며 "그러면 내 목소리는 자꾸 커지고 전화를 끊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고 했다.

일부 콜센터는 통화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회신 번호를 남겨 놓으면 콜센터 혼잡이 해소되는 대로 기업·기관 쪽에서 전화를 걸어오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 조차도 없는 경우에는 하염없이 전화걸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은 일명 '콜백'(전화 회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경북대병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대병원 측은 "환자, 특히 노인층의 불편함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조만간 콜백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콜센터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업체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콜센터 운용 업체들이 VIP만 관리할 게 아니라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 콜센터 이용 약자들을 위한 대면 서비스 제공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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