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미술관 프랑스 매그재단과 소장품 교류전 '모던 라이프'전

대구미술관 '모던 라이프'전 전시 전경.
대구미술관 '모던 라이프'전 전시 전경.

서양미술 사조는 제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인간 이성에 대한 비판, 실존적 인간 양상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서양 회화는 새로운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모더니티(Modernity·근대성)의 재발견'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더니티'는 '근대성'이라는 풀이보다 '현대성'이 오히려 더 적확하다.

대구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매그 재단과의 글로벌 협의 전시인 '모던 라이프'전을 1전시실과 어미홀에 펼쳐놓았다.

매그 재단은 1964년 7월 26일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출발해 ▷알베르토 자코메티 ▷조르주 브라크 ▷알렌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1만3천여 점을 소장, 전 세계 미술관에 작품을 대여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양 기관이 2년여간에 걸쳐 소장 작품에 대해 협의한 결과, 두 나라의 작가 78명의 대표작 144점을 보여줌으로써 당대 예술가들이 부단하게 추구했던 미적 근대성을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회화의 전통을 가진 두 미술계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모던 라이프'전은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모더니티'의 전이와 변용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둔다. 또 모더니티의 범주에 속한 모더니즘 미술을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치열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제 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미술의 전개를 필연적 진보의 역사로 정립할 수 있도록 기능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모두 8개의 소주제로 나눠졌다.

첫 섹션은 '탈-형상화'다. 인간 탐구를 바탕으로 변형된 구조와 독특한 면 분할을 통해 양식에서 벗어나려는 예술의 자율성을 보여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뒤뷔페, 훌리오 곤잘레스, 최영림 등 작품 15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은 '풍경-기억'이다. 유영국, 김창열 등 16점의 작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의 풍경과 기억을 소환한다.

세 번째 섹션은 '추상'이다. 모더니즘에서 빠질 수 없는 담론인 추상을 테마로 고차원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한묵, 이우환, 정점식, 이강소의 작품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브람 반 벨데, 파블로 팔라주엘로,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작품 등이 있다.

네 번째 섹션은 '글'이다. 앙리 미쇼, 한스 아르퉁 등 작품에 스며든 여러 형태의 문자와 최병소, 박서보, 이배 등 존재하지만 쉽게 식별되지 않는 문자들을 품을 작품이 배치돼 있다.

다섯 번째 섹션은 '초현대적 고독'으로 전후 모더니즘 미술이 끊임없이 쏟아낸 형식적 변화를 현대적 개념으로 계승한 작품들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여섯 번째 섹션은 '평면으로의 귀환'이다. 평면성과 색채의 율동감을 보여주는 시몬 한타이, 클로드 비알라, 프랑수와 루앙과 김기린, 윤형근, 이우환, 리차드 세라의 작품을 통해 회화의 본질과 태생적 특성, 죽음의 과정을 겪어야만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순리에 대입시킨 회화의 미래를 예견해본다.

일곱 번째 섹션은 '재신비화된 세상'이다. 이응노, 서세옥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성을 함축한 표현방식과 더불어 프랑스의 국보인 마르크 샤갈의 대형작품 'La Vie'(삶)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은 '기원'이다. 알렉산더 칼더를 비롯해 이건용, 이우환, 리차드 롱의 작품이 설치돼 있는 이 공간은 인간과 자연, 세계와 우주의 지속적이며 순환적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매그 재단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객원 큐레이터는 "근대성이란 회화의 한 패러다임으로 규범에서 벗어나 독자적 예술성을 추구하게 된 경향"이라며 "양 기관의 소장품을 한 자리에 선보이며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떤 이론이나 담론 속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유료로 성인 1만원, 청소년과 대학생은 7천원이다. 전시는 2022년 3월 27일(일)까지. 문의 053)803-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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