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의식주의 기본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물건부터 첨단 기기까지 다 '무엇'인가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평소에 이들을 그저 편하게 사용할 뿐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즉 소재가 무엇인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그 물건들이 부서지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에야 '망가졌다'고 불평하며 관심을 줄 뿐이다. 그러나 제 역할을 다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 소재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세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를 만든 대표적인 소재들을 선정해 각각의 소재가 인류와 만나 쓰임새를 얻고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가 아는 세상을 만들어온 과정을 풍부한 이야기와 비유로 재구성한다. 인류 최초의 소재인 돌부터 도시 문명을 가능하게 한 청동, 로마 제국의 토대가 된 콘크리트와 유리, 산업혁명을 견인하며 소재의 맹주 자리에 오른 철강, 편리함과 환경오염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플라스틱까지 소재의 시선으로 인류 역사를 되짚어 내려온다.
돌, 금속, 청동, 흙, 콘크리트와 유리(1장~5장)는 인류가 끼니를 해결하고 건축물을 짓고 도시를 창조하며 세상의 틀을 세우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또 비료와 화학, 철강(6장~7장)은 소재가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해내는 한편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며 세계 질서 개편의 주체가 되는 이야기를, 섬유와 수지, 플라스틱(8장~9장)은 인류가 직접 소재를 합성하고 만들며 현대 문명을 쌓아올린 이야기를 품고 있다.
소재들이 간직한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음미하기 위한 장치도 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각 장 말미에 별면으로 배치된 '더 궁금한 소재 이야기'에는 '물질의 구성과 주기율표', '유리가 액체라고?', '현미경, 강철의 비밀을 풀다' 등 소재를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내용뿐만 아니라 인류와 소재를 둘러싼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리했다.
이 책에는 다소 많은 주석이 달려 있는데, 주석만 읽어보면 이 책의 '장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분야가 다양하다. 본문과 관련된 내용의 노래 가사를 풀어내기도 하고 서술된 내용이 일어난 당시의 서울 인구수가 적혀 있다. 이는 단편적 지식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라는 모티브가 갖는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이다. 별면이나 주석을 건너뛰어도 본문 이해에는 무리가 없지만 함께 읽는다면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 36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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