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작은 북극마을 아비스코

겨울 산장 같은 모습으로 여행자들 맞이…호숫가에 비치 오로라 사진으로도 유명
얼어붙은 아름다운 호수 '토르네트레스크' 하늘과 대지 한가운데 엽서 같은 운치 자랑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와 쿵슬레덴이 이어져 있는 듯한 길이 하얗게 열려져 있다. 어디를 가도 탯줄처럼 닿아 있는 아비스코의 종점은 고요하게 얼어붙은 토르네트래스크 호수다.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와 쿵슬레덴이 이어져 있는 듯한 길이 하얗게 열려져 있다. 어디를 가도 탯줄처럼 닿아 있는 아비스코의 종점은 고요하게 얼어붙은 토르네트래스크 호수다.
아비스코의 메인역인 아비스코 와스트라 스테이션에 내려서 본 아비스코의 눈 덮인 산과 얼어붙은 호숫가의 풍경은 아비스코 최고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비스코의 메인역인 아비스코 와스트라 스테이션에 내려서 본 아비스코의 눈 덮인 산과 얼어붙은 호숫가의 풍경은 아비스코 최고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유명한 국립공원 중 하나로 이어지는 작은 북극마을 아비스코(Abisko)로 향하기 위해 키루나역에서 노르웨이 나르빅(Narvik)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아비스코는 키루나에서 북서쪽으로 95km 떨어져 있으며, 인구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호수와 트래킹으로 유명하다. 아비스코에는 2개의 아비스코 와스트라역(Abisko Ostra station)과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Abisko Turistation)역이 있다. 두 역간의 거리는 약 2km정도이며, 겨울에는 오후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열차승무원에게 확인하고 내려야 한다. 키루나에서 기차를 탄 후 눈 속의 플랫폼 아비스코 와스트라역에 내렸다.

눈 속의 북극마을 아비스코는 라플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작은 마을로 상주하는 주민수가 100명이 안 된다.
눈 속의 북극마을 아비스코는 라플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작은 마을로 상주하는 주민수가 100명이 안 된다.

◆ 눈 속의 작은 북극마을 아비스코

아비스코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호숫가에 비친 오로라 사진으로 유명하다. 플랫폼에서 본 아비스코 마운틴스테이션의 눈 덮인 산과 얼어붙은 호숫가의 풍경은 아비스코 최고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비스코 와스트라역은 마을이 가깝게 있어서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으며, 마트가 근처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 첫 눈에 눈 덮인 높은 산과 아래쪽에 호수가 얼어있는 풍경은 굉장했다.

북극마을 아비스코의 게스트하우스는 흡사 겨울 산장 같은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추우면 입으라는 순록 등 동물들의 모피가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북극마을 아비스코의 게스트하우스는 흡사 겨울 산장 같은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추우면 입으라는 순록 등 동물들의 모피가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스웨덴의 유명한 국립공원중의 하나로 이어지는 이 조용한 북극마을은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에 자리하고 있다. 아비스코는 라플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현지마을은 토착민인 사미족이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원래 순록 이주시기에 쉼터로 쓰인 사미족의 전통 천막 라부도 구경하고, 이들이 순록떼를 이끄는 기술도 직접 볼 수 있다.

왕의 길이라 불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 쿵슬레덴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비스코는 겨울철 스노우모빌이 교통수단으로 온통 눈 세상이다. 드문드문 눈 속의 예쁜 집들이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은 동네다. 해가 일찍 넘어가니 하늘색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그런 하늘색! 한참을 멍하니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하얀 눈으로 지평선을 연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의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자연이 연출하는 멋진 풍광이 여행자를 참 넉넉하게 해준다.
하얀 눈으로 지평선을 연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의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자연이 연출하는 멋진 풍광이 여행자를 참 넉넉하게 해준다.

◆ 얼어붙은 아름다운 호수 토르네트래스크

아비스코 국립공원에 있는 토르네트래스크(Tornetrask)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빙하로 인해 생성되어 깊이가 168m나 된다. 서울면적의 절반이 넘는 이 호수는 가로 9km, 길이70km로 11월부터 6월까지 얼어 있다. 호수의 남서쪽에는 아비스코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라포니아 지역이 있다.

대지가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인적이 드문 눈 쌓인 길을 따라 호숫가를 찾았다. 이곳의 햇살은 은근히 그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바람은 매섭고 차갑다. 이곳에 봄이 오면 이 호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일들을 하며 살까? 언젠가 여름이 되면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른다. 그 때는 여름 햇살과 산들이 따스하게 여행자를 반겨주겠지. 지금처럼 혼자라는 찬바람의 느낌보다 생명이 함께 하는 기운이 여행자를 감싸주겠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 쿵슬레덴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비스코는 온통 눈 세상이라 스노우모빌이나 스키가 주요 교통수단이고 동네를 다닐 때도 설피를 신고 다닐 정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 쿵슬레덴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비스코는 온통 눈 세상이라 스노우모빌이나 스키가 주요 교통수단이고 동네를 다닐 때도 설피를 신고 다닐 정도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두텁게 쌓인 눈 위로 발길을 옮기니 아비스코의 하늘은 주특기를 선보이며 맑게 개인다. 그러자 갑자기 새로운 풍경이 드러난다. 하얀 눈으로 지평선을 연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의 자연이 만들어낸 호숫가 저편으로 완만한 설산 봉우리가 보인다. 여행자가 지나가는 눈 속의 발자국이 북극 토끼의 발자국을 덮는다. 겨울 호수의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다. 자연이 연출하는 멋진 풍광에 넋을 놓았다.

얼어붙은 대지 같은 호수와 저 멀리보이는 피요르드 지형의 산들이 여행자를 참 넉넉하게 해주는 곳이다. 저 멀리 빽빽한 침엽수림으로 뒤 덮인 국립공원은 빙하가 녹은 계곡으로 장관을 이루고, 그 종점은 고요한 토르네트래스크 호수다. 눈 쌓인 대자연과 하얀 대지가 지평선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하늘과 대지의 한가운데 시원하게 열려 있는 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눈보라로 인해 하늘과 호수가 구분되지 않는 환상적인 그림이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면 옷을 단단히 껴입은 뒤 뒤뚱거리며 호숫가로 다시 가서 오로라가 춤추길 기다린다. 강추위에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잔뜩 껴입고 장갑에 목도리에 모자까지 챙겼는데도 차가웠던 아비스코의 밤.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좋았다, 이렇게 별이 많은 밤하늘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곳에서 혼자 되뇌었던 이야기들이 선명하다. 밤하늘에 촘촘히 떠있는 별을 보며,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의 밤은 행복했다.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쿵슬레덴 입구에 들어서자 왕의 길은 입구부터 눈으로 덮여 있다. 낮은 산을 따라 오르니 그림처럼 아름다운 전경에 눈 덮인 산봉우리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다.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쿵슬레덴 입구에 들어서자 왕의 길은 입구부터 눈으로 덮여 있다. 낮은 산을 따라 오르니 그림처럼 아름다운 전경에 눈 덮인 산봉우리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다.

◆ 왕의 길이라 불리는 쿵슬레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쿵슬레덴(Kungsleden, 왕의 길)입구에 들어서자 왕의 길은 입구부터 눈으로 덮여 있어 통제되고 있었다. 아비스코에서 시작해 남쪽 해마반(Hemavan)까지 이르는 왕의 길, 쿵슬레덴 이라고 불리는 트레킹을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여름철에 이곳을 찾는다. 숙소가 오픈하는 2월 말부터 4월 중순이 제한된 겨울시즌이다. 어쩔 수 없이 허락된 코스의 산을 올랐다. 피요르드와 북방수림 속을 걸어 오르니 그림처럼 아름다운 전경에 눈 덮인 산봉우리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다. 이 국립공원은 2월부터 9월까지 방문자 센터에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긴 트레킹코스로 알려진 430km의 쿵슬레덴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왕의 트레일이란 뜻의 그 유명한 쿵스레덴이 바로 아비스코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트레일은 스웨덴관광협회에서 중간중간 오두막 등 편의 시설도 제공하고 있다.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유명한 아비스코 국립공원은 장대한 아비스코 요크강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강은 토르네트래스크 호수 남쪽에서 뻗어 나온 강이다.

전 세계 트레커들의 성지로 일생에 꼭 한번은 걸어야 한다는 유럽에 마지막 남은 태고의 신비, 야생 쿵슬레덴.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트레커들의 성지로 일생에 꼭 한번은 걸어야 한다는 유럽에 마지막 남은 태고의 신비, 야생 쿵슬레덴.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산 중턱에 오르니 눈 덮인 산봉우리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고요히 눈 덮인 토르네트래스크 호수와 얼어붙은 아비스코 강, 저 멀리보이는 피요르드 지형의 산들이 추위 속에서도 여행자를 황홀하게 해준다. 빽빽한 침엽수림으로 뒤덮인 국립공원은 빙하가 녹은 계곡으로 장관을 이루고, 그 종점은 고요한 토르네트래스크 호수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리처럼 맑은 물을 보고 싶어 여름철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드라마틱한 풍경 속에서 짧은 하이킹이 아쉬움을 더한다.

가장 떠나고 싶은 트래커들의 여행지 1순위, 전 세계 트레커들의 성지로 일생에 꼭 한번은 걸어야 한다는 유럽에 마지막 남은 야생 쿵슬레덴. 태고의 신비, 다채로운 대자연에서 자신을 한 층 성장시킬 위대한 길 이야기, 이것이 진짜 트레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트레커들이 모인 축제의 현장이 눈 아래에 숨 쉬고 있는 듯하다. 때 묻지 않은 야생,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이라 하겠다.

거대한 자연 속에 신비스런 순록까지 만나며, 아비스코 국립공원은 홀로 자연 앞에 마주 선 느낌이 대자연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거대한 자연 속에 신비스런 순록까지 만나며, 아비스코 국립공원은 홀로 자연 앞에 마주 선 느낌이 대자연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궂은 날씨, 돌무더기 지대와 오르막길 코스 등 끝없이 이어지는 극한의 상황들. 이래서 누군가 아비스코의 이름을 작은 우주라고 이름을 붙였는가 보다. 걷는 내내 트래커도 없어서 이 산을 여행자가 전세 낸 기분이다. 분기점에 작은 나무상자가 있는데, 열어보니 공책이 들어있는 방명록이다.

여행자의 이름을 눅눅해진 공책에 잘 나오지 않는 연필로 깊이 새겨 넣었다. 여행자가 여기 왔다. 고맙다 아비스코야. 나에게 이런 장엄한 광경을 보여주다니. 거대한 자연, 신비스런 순록까지 조우한 아비스코 국립공원을 걸었다. 다른 트래커는 한 팀 정도 만났을까. 이런 곳에서 대자연이라는 말을 절감한다. 홀로 자연 앞에 마주 선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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