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기견 대부' 이정호 씨, '유기견 60여마리 불법 안락사' 의혹

고발자·동변 "과거부터 유기견 마취 없이 심장정지약 투여, 야산에 사체 매장하기도"

이정호 씨가 과거 EBS
이정호 씨가 과거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모습. EBS 방송화면 갈무리

동물 관련 방송에 출연해 '유기견 대부' 별명이 붙은 유기동물 보호센터 운영자 이정호 씨가 유기견 여러 마리를 불법 안락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은 지난 1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직원들이 수집한 불법 안락사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 씨와 수의사 등 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군산경찰서에 고발했다.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변에 따르면 이 씨는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전북 군산에서 군산시가 위탁한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해왔다. 이후 사설 보호소인 '군산개린이쉼터'로 자리를 옮겨 운영했으나 불법 안락사 혐의가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앞서 이 씨는 보호소를 운영하는 동안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여러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안락사 없는 유기견 보호센터를 운영한다'고 말해 '유기견 대부'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내부 고발자에 의해 그가 2018년 보호소를 운영하던 초반부터 불법 안락사를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초 고발자들은 이 씨와 함께 보호소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씨가 공식적으로 안락사한다고 밝힌 2020년 5월 이전부터 이미 유기견에게 마취도 없이 심장정지약을 투여하는 등 다수의 안락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고발자는 "이 씨가 직접 주사기를 들고 다녔다. 견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강아지들이 노는 운동장에서도 개를 죽였다"면서 "자기 좋아서 달려오는 아이한테 주사기를 그냥 꽂았다. 약 50㎏ 정도 나가는 대형견 '망치'한테는 주사기를 세 번이나 꽂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안락사할 때는 수의사가 이를 수행해야 한다. 심장정지나 호흡마비 등을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할 때는 반드시 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동변에 따르면 이 씨는 동물 사체를 주변 야산에 묻어 안락사 정황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동변 측에 따르면 이 씨가 그간 불법 안락사 한 유기 동물이 최소 6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몸담았던 군산보호소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군산시 보조금 연평균 6억원, 후원금과 물품 협찬 등 상당한 금품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의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 활동으로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논란이 일자 이 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서 "저에게 배신감과 분노, 실망하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 어떤 변명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질타와 추궁으로 더 이상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계속하기에는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은 아이들은 봉사자분들께 맡아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떠나게 돼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씨의 해당 사과 글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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