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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징어 게임, 한국 경제 '지옥'의 민낯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상준 경제부장
이상준 경제부장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의 '민낯'이 미국 외교 문서에 실렸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이달 15일 입수해 인용 보도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전자문서)은 "오징어 게임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암울한 경제 상황에 관한 한국 사회의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한 외교관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문에는 "이 어두운 이야기의 중심에는 취업, 결혼,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국의 청년 세대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호소력은 한국의 승자독식 사회와 계층 불평등에 대한 묘사에서 나온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 12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빚, 불평등, 죽음-오징어 게임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한국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경제회복을 이뤄냈지만, 오징어 게임이 보여주듯 치솟는 집값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빚에 떠밀린 한국인들이 상금 456억 원을 얻기 위해 벌이는 오징어 게임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급등했다. KB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15억 원에 육박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배 넘게 폭등했다.

칼럼은 "집값 폭등이 불러온 암울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가상화폐처럼 위험한 선택지를 고르거나, 때로는 삶을 마감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OECD 가입국 중 1위인 자살률, 청년 실업률 등은 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암울한 현실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맞닿아 있다. 대선주자들의 치열한 공방 끝에는 집값 폭등을 불러온 부동산 정책 실패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달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에게 천문학적 수익이 돌아간 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시대정신,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훼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 폭등이 불러온 자산 불평등은 세대, 계층 간 분열과 대립, 갈등을 넘어 혐오와 증오로까지 번졌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은 바깥 세상을 '지옥'이라 부른다. '지옥'은 현재 청년 세대가 한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을 빗대 실제 현실에서 쓰는 표현이다.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이달 13일 촛불집회에서 "서민들이 오징어 게임보다 잔혹한 삶을 살고 있다"며 "평생의 노동과 인생의 목적이 집이 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무간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화천대유를 포함한 부동산 카르텔 투기 공화국을 부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의 결과가 정권 교체일지, 연장일지 속단할 수 없다. 다만, 많은 국민들이 다음 대통령과 차기 정부에 바라는 최우선 과제는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보고, 한국 경제 정책의 대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다.

내년 대선이 승자독식 사회, 계층 불평등의 '지옥'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바꾸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대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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