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지장 신앙의 성립과 고려불화 지장보살도

자현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책은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와 불교학 연구원장이자 불교역사문화 전문가인 자현 스님이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주요 보살 신앙인 지장신앙의 역사적 지문을 좇는 연구서이다.

연구서라면 흔히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관세음보살보다 더 큰 위상을 가진 지장보살에 대한 식견을 넓히려면 일독을 권할 만하다.

실제 유교의 조상 숭배가 강조되던 조선불교에서는 지장보살이 관세음보살보다 더 중요하게 모셨다. 특히 조상 천도를 중심으로 한 지장 신앙은 49재나 천도재 등 오늘날에도 그 입지가 굳건하다. 이러한 지옥세계의 주관자인 지장보살의 미스터리를 찾아 고려불화 속으로 떠나는 여정은 불화의 미학과 함께 구원의 빛을 찾아 떠나는 길이 될 수 있다.

그 첫 관문은 지장 신앙의 성립과 변화로부터 시작한다. 지장 신앙은 서역 호탄 지역의 지장 신앙에서 가장 먼저 성립됐고 중국에서 완성됐다. 그 중심 경전이 '십륜경'이다. 여기서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과 미륵불 사이에서 이 세계를 주관하는 보살로서 그 위상이 어떤 보살보다도 높다.

이어 두 번째 관문은 한반도에 상륙한 지장 신앙으로, 신라시대 금강산 불교화의 기틀을 마련한 진표(眞表) 율사에 의해 미륵 신앙과 지장 신앙이 결합됐다. 특히 보물 제1887호인 '아미타여래구존도'에서 미륵보살과 대칭한 자리에 지장보살이 있고, 금강산과 관련해 '왕건의 담무갈 예배'라는 거대한 상징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가부좌의 지장 독존이 담무갈 보살보다 크고 주목되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세 번째 관문은 신앙과 사상은 도상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인데, 고려불화를 중심으로 한 지장보살도의 내용과 특징이 잘 서술돼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상 연구를 통해 지상보살이 주존으로 등장하는 불화 속에 표현된 복색, 자세, 지물 등과 함께 협시, 권속의 문제, 불보살과의 병립 구도 등의 키워드를 분석해서 지장보살이 등장하는 불화를 살펴 그 차이와 공통점을 찾아냈다. 536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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