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기첼 이등병의 폐 안쪽에서는 돌기들로 둘러싸인 구체 하나가 기도 표면에서 세포 하나를 꽉 붙잡고 있었다. 그 구체는 그 세포의 막을 뚫고 세포질까지 파고들어, 자신의 유전자 부호 가닥을 기첼의 그것과 결합하고는 자기 복제를 시작했다. 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세포는 그렇게 복제된 구체들로 바글거렸고, 세포막은 한계점까지 팽창했다. 결국 한계점에 이른 세포가 폭발하며, 수십 만 개의 새로운 구체가 기첼의 기도로 퍼져나갔다. 기첼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그 구체 중 일부는 식당과 막사의 공기에 뒤섞였고, 일부는 그의 폐에서 다른 세포들에 달라붙어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복제를 되풀이했다.'(11, 12쪽)
이 구체는 새로운 종류의 H1N1 바이러스로 변이돼 스페인 독감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팬데믹을 일으키며 2년 동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마치 현재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처럼 말이다.
책은 인류가 생명을 위협하던 요인들과 싸워온 역사를 돌아보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진보를 이루고 생명을 늘렸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천연두는 피라미드 시대에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간 전염병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취약해서 수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먼저 보내야 했다. 그런데 1796년 천연두 백신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백신 접종에 반대했다. 결국 1980년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질병으로 공식 선언됐지만 백신을 지지하고 퍼뜨리며 반대세력을 설득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마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인류 생명을 위협했던 요인은 이 뿐만은 아니다. 현재는 필수재가 된 우유와 의약품, 자동차가 세상에 막 등장했을 때는 기대수명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는 걸 돌이켜보면 인류는 매번 험난한 길을 헤쳐 나와 지금까지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다.
살균되지 않은 우유와 수돗물, 규제없이 만들어진 의약품, 안전장치 하나 없이 판매되던 자동차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을 때 이를 멈추게 한 것은 의사나 화학자만 아니라 통계학자, 목사, 언론인, 백화점 사장, 포목상, 비행기 조종사, 법률가 등 다양한 사람의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이렇듯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서 인류의 수명,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과 치명률, 백신과 데이터학의 역할, 전염병보다 인간을 더 많이 죽게 만드는 요인 등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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