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봇 CEO] <7>장재호 에프알티 대표

로봇 ‘입고’ 벽돌 나르고 타이어 교체하고…근골격계 질환 예방하는 웨어러블 로봇
장 대표 올해 초 생기원 퇴사 후 에프알티 경영에 집중
“연구개발 경험과 성과, 사회에 돌려줄 것”

장재호 에프알티 대표. 채원영 기자
장재호 에프알티 대표. 채원영 기자

산업 현장 근로자는 항상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똑같은 동작, 부자연스러운 자세, 과도한 힘을 반복하다 보면 어깨나 팔, 허리 등을 다치기 일쑤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입는 로봇'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다.

시장조사기관 BIS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천600만달러(약 1천74억원)에서 오는 2026년 46억5천만달러(약 5조2천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알티(FRT)는 산업 근로자를 위한 근력증강 로봇 '스텝업 시리즈'와 국방·소방용 '하이퍼 시리즈'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웨어러블 로봇기업이다. 경북 경산 본사에서 장재호 대표를 만났다.

-웨어러블 로봇이 어떤 것인가?

▶인간의 신체로부터 신호를 측정해 구동부를 제어하는 외골격(Exoskeleton)으로,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장치를 뜻한다. 영화에 나오는 '아이언맨'을 생각하면 쉽다.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산업근로,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8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입사해 로봇그룹 수석연구원으로 올해 초까지 근무했다. 에프알티는 2015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겸직 창업한 회사다. 지금은 직장을 퇴사해 에프알티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스타트업을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로봇을 개발한 경험을 사업화를 통한 서비스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연구소에만 있어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연구개발을 수행한 만큼, 사업화에 성공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며 사회에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다.

-대표 제품은 무엇인가?

▶우선 국내 최초 유압식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가 있다. 하이퍼는 주로 25㎏ 이상의 중량물을 이송할 때 쓰인다. 소방관이나 군인이 하이퍼를 착용하고 화재 현장이나 작전 현장에서 근력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이퍼 개발로 2017년 정부 기술경진대회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다만 기술 발전을 보여주긴 좋으나 타깃 시장이 주로 공공이어서 실제 보급이나 판매에는 어려움이 있다. 시장 창출을 위해 개발한 것이 산업용 로봇 스텝업이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웨어러블 로봇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하단 점이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어렵다. 아직 시장이 형성단계이기 때문에 수많은 실패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에선 성공을 위한 경험도 실패로 인식하는 경향도 부담 요소다. 상용화 단계에 있는 하이퍼 시리즈도 실패가 아닌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장재호 에프알티 대표. 채원영 기자
장재호 에프알티 대표. 채원영 기자

-시장 수요는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는데 납품 현황은 어떻게 되나?

▶민간의 수요는 굉장히 크다. 많은 기업에서 원하고 개인도 관심을 가진다. 현재는 건설현장, 물류센터, 요양원 등 10여 개 현장에 50대 정도 납품했다. 최근에는 스텝업 3세대 제품이 한국타이어 타이어정비소 티스테이션에 공급돼 타이어 교체 작업을 돕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구독형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한다.

-어떤 형태의 구독형 서비스인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이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해 근로자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움직임 데이터와 근육 데이터를 알고리즘을 통해 정량화하면, 기업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근로자가 언제 일할지 언제 쉴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은 물론 농업이나 요식업, 개인도 쉽게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웨어러블 로봇이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건 아닌가?

▶웨어러블 로봇은 근로자가 일을 두 배 더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주목적은 질환 예방에 있다. 예를 들어 스텝업을 입었을 때 착용자의 모든 동작에서 근력증강을 돕는 게 아니다. 비정상적인 자세나 순간적으로 과도한 힘을 줬을 때만 작동한다. 즉 필요할 때만 근력을 지원해 피로도를 줄여 다치지 않게 하는 게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이다.

-대구경북 로봇산업 성장 가능성을 전망한다면?

▶풍부한 인프라만으로 성장을 낙관하기보다 실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곳에서 로봇 구매가 이뤄지고 실제로 활용되도록 하면 기업은 스스로 찾아온다. 동대구역에 로봇 하나가 돌아다니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아 크다. 사람들 눈에 로봇이 보이고 기업이 모이고 하다 보면 산업은 발달한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어떻게 되나?

▶기술만이 시장을 이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봇은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융합하며 신규 시장이 형성된다. 때문에 구독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대구경북에 뿌리를 둔 만큼 지속적인 성장으로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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