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 회복 안간힘 쓰는데 '총파업'…민노총 대구집회 4천여 명 모여

대구시내 8곳에 나눠 각 49명씩 신고…실제로는 4천여명 모여

20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육거리 인근에서 민노총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육거리 인근에서 민노총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0일 오후 2시쯤 대구시 중구 봉산육거리에서 봉산오거리까지 약 400m 구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조합원 4천여 명이 왕복 6차선 도로를 빈틈없이 점거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조합원들은 얼굴가리개(페이스쉴드)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수천 명이 모인 탓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함성이 쏟아져 나왔고, 발언자들은 소리가 작다며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더 큰 함성을 유도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총파업을 진행했다. 다음 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수천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집회를 벌이자 방역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봉산육거리부터 봉산오거리까지 약 400m 구간을 점거하고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정의로운 산업 전환, 일자리 국가보장 ▷주택 의료 교육 돌봄 교통 공공성 강화 ▷대구지역 노정교섭 쟁취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조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포기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청년·건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죽어나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최근엔 여수 실습 학생은 물 속에서 삶을 마쳤다.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신은정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은 "간호사 한 명이 많게는 환자 40명을 돌보고 있다. 노동강도를 버티다 못해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부지기수다.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이 보호받을 수 있게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정하는 등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3시 30분쯤 조합원들은 봉산육거리에서 대구시청까지 약 1.1km구간을 도보로 행진했다. 임재환 기자
20일 오후 3시 30분쯤 조합원들은 봉산육거리에서 대구시청까지 약 1.1km구간을 도보로 행진했다. 임재환 기자

이날 총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도 발생했다. 4천여 명의 조합원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봉산육거리에서 대구시청까지 약 1.1km 구간을 도보로 행진했다. 공평로 방면으로 넘어갈 때는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달구벌대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수십 대의 차량이 행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봉산육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8) 씨는 "노조원들이 도로를 다 장악해 버려서 오후에 들어와야 할 식재료 차량이 진입도 못 하고 있다. 소음도 너무 심각해 배달 전화도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수천 명이 한데 모이자 방역망이 뚫렸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따르면 집회 신고 인원은 최대 49명까지 가능하다. 이날 민주노총은 총 8개 장소에 49명씩 집회인원을 신고했다.

사실상 같은 종류의 집회를 8개 장소에 49명씩 나눠 신고하면서 수칙 위반을 우회한 것이다. 집회 신고 당시 경찰은 주최 측에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장소별로 70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행진 시에도 충분한 거리를 둘 것을 요구했지만 수천 명이 몰리면서 무색해졌다.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 이모(31) 씨는 "일상 회복 갈림길에 놓인 상황에서 이번 집회로 집단감염이 재발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수천 명이 모여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데도 이를 제재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번 집회를 불법집회로 보고 집시법 위반 등 행위에 대해 엄정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대구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행정명령 고시에 따라 50명 이상이 대면으로 보이는 행사와 집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번 민주노총 집회는 공동체의 방역 노력을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 있는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집시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고 불법행위 가담자에 대해서는 엄정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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