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환대, 나와 너를 잇는 태도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와 '집주인 할머니와 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은 '환대'에 대해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베풀어주는 사랑과 관심 덕에 힘든 일상을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정현종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 일생이 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더듬어 보는 환대를 생각해 봅니다.

◆교육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

강지혜의
강지혜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표지

누구나 힘든 현실 앞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헛된 바람인 것 또한 알고 있지요. 그런데도 그 생각을 한 순간의 바람으로 두지 않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돌파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무작정 떠납니다. 함께 떠날 조력자를 구하고, 식당을 직접 짓고 고치며, 시 쓰기에 일어난 변화들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가는 이주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게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그만둘지, 가서는 어떤 일로 먹고 살지는 모두 두 번째 문제라고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공사는 끝날 기미가 없고 함께 일하는 가족들은 바빠 서로를 돌보지 못합니다. 작업실을 마련하기는커녕 시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은 게 언제인지 모를 지경에 이릅니다.

예상과는 다른 고난의 연속에 포기할 법도 하지만, 시인은 과거의 일기를 써 보기로 합니다.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동생에 대한 기억, 시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시인이 되었을 때, 첫 시집을 펴냈을 때의 감정 등을 그 일기 속에 적습니다. '과거 일기'는 지친 시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제주에서 시인은 식당 주인, 큰 개의 보호자 등 다양한 역할을 새로 얻습니다. 처음 접한 역할이 낯설어 고전하기도 하지만 이 역할들을 완전히 받아들인 뒤에는 마음을 다해 할 수 있게 됩니다. 개를 살피고, 게스트 하우스를 돌본 뒤 작업실에 출근해 자신의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큰 모험 후 삶의 모든 것이 변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은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 속에 담긴 마음

야베 타로의
야베 타로의 '집주인 할머니와 나' 표지

'집주인 할머니와 나'는 2018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을 수상한 만화입니다. 저자는 1997년에 개그콤비를 결성해 활동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한 20년 경력의 개그맨으로 만화는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출판 만화상인 데즈카 오사무 상을 받은 비전문 만화가는 저자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개그맨이라는 직업과 별개로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향을 타고난 저자가 만화라는 도구를 빌려 자기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일본 버라이어티 쇼에서 과격한 개그에 주로 당하는 역할을 하는데,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는 프로그램과 재계약에도 실패합니다.

그 뒤 신주쿠 변두리 단독주택 2층으로 이사를 갑니다. 1층에는 집주인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 마당에서 일하던 집주인 할머니는 저자가 나가면 '잘 다녀오세요' 인사하고, 다녀와 불을 켜면 '잘 다녀오셨어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또 늦게 들어오면 전화를 걸어주기도 합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갑과 을의 건조한 관계인 데도 집주인 할머니는 2층에 이사 온 낯선 사람을 온마음으로 환대합니다. 저자는 처음에 이러한 환대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할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받지 않고 피하기도 하지요.

어느 날 집에 돌아와서 문손잡이에 걸린 낯선 보자기를 발견합니다. '밤이슬에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면 건강에 좋지 않아요. 이 보자기에 꼭꼭 싸두면 잘 마른답니다.' 할머니가 보낸 편지를 읽고 저자도 그 마음을 받아 들입니다.

이 책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습니다. 삭막한 시대에도 세대를 초월해 서로를 아끼고 진정으로 환대하는 장면은,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까지 위로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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