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은 2015년 제정됐다. 여기서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타인이나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 정의한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배려와 존중은 필수. 가족, 세대 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 형성교육은 인성교육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핵심 가치, 덕목으로 강조하는 것은 효(孝), 예(禮)다. 효와 예가 중요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으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가 문제. 시교육청이 말로만 효와 예를 강조하는 것보다 실천 중심의 효행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효행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봤다.

◆덕원고, 찾아가는 청소년 관·계례 체험
격대교육(隔代敎育)은 한 세대를 건너 대신해 가르친다는 뜻.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교육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대가족에서 점차 핵가족화하면서 격대교육도 사라졌고, 가정에서 효행교육도 약화됐다.
덕원고등학교(교장 서경학)는 격대교육의 필요성을 인식, 세대 공감과 바른 인성 함양을 목표로 효행교육을 실시하는 데 적극적이다. 일회성 행사로 그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판단, 올 한 해 운영할 효행교육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해왔다.
우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효의 날'로 지정해 학생들이 가정에서 효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독려했다. 또 10월을 '효의 달'로 정해 다양한 효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부모 학교 방문의 날'도 진행했다. 이는 모두 가정과 연계한 효행교육.
경로당 체험학습은 세대 공감 체험교육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 외에도 세대 공감 사례 및 사진 공모전, 효 실천 우수 학생 및 교원 표창 등을 통해 모범이 될 만한 세대 공감 효행교육 사례를 찾아내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주변에 알려왔다.
지난 4월엔 덕원고 동아리 'Willow(버드나무)'의 1, 2학년 학생 24명이 '찾아가는 청소년 관·계례 체험교육'에 참여했다. 남성의 관례, 여성의 계례 모두 성인으로 인정받는 전통 성인식.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뒤 관련 절차를 경험하고 강의도 들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전통문화의 가치와 보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며 "옛 조상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지 관·계례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왕선중, 세대 공감 이끄는 노인이해 교육
왕선중학교(교장 강태봉)는 구성원 모두 서로 보듬고 배려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걸 중요시한다. 지난 7월 1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오순도순 행복학교 노인이해 교육'을 진행한 것도 그 같은 취지에서다.
교실로 찾아와 노인 세대의 경험을 들려준 이들은 (사)온사랑 복지회에서 온 원로 강사들. 이들은 왕선중 2~4교시에 1학년 교실 전체를 순회하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강의를 경청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시절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눈을 마주하고 편안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학생 중 한 명은 "코로나19 탓에 멀리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지 못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와 비슷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인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노인이해 교육을 두고 틀에 박힌 수업이라 여기며 지루해할까 걱정한 것도 사실. 하지만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우려와 달랐다. 원로 강사들의 강의에 집중했고, 질문도 했다. 수업을 참관한 교사들도 마음이 놓이는 풍경이었다.
1학년 담임 교사들은 "학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지루해 할 거라는 선입견 또한 학생들에게 이런 교육 기회가 없었던 탓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며 "앞으로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노인이해 수업이 자주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왕선중 강태봉 교장은 "노인이해 교육을 통해 가까워진 '세대 간 공감의 마음'이 다시 멀어지지 않도록 효와 관련된 교육을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학생들이 배운 효행교육이 효 문화의 선순환에 이바지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욱수초,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교육
욱수초등학교(교장 김원식)는 지난 4월 3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구사랑·뿌리튼튼 교실' 수업을 진행했다. 대경뿌리학교에서 온 원로 강사들이 대구 지역의 역사를 알려주고 학생들의 뿌리를 찾아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대구의 역사와 옛 경상감영의 역할, 오늘날 행정동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또 '나의 뿌리' 수업을 통해 자신의 본관, 이름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로강사들은 붓글씨로 미리 써온 가훈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오색실을 꼬아 건강과 장수를 비는 장명루 팔찌를 만드는 체험활동도 진행됐다.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기회를 갖는게 기획 의도. 전래놀이 시간에는 원로강사들의 지도 아래 비석치기를 했다. 교실 안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욱수초교의 효행교육 담당 박효진 교사는 "학생들이 효행 교육을 통해 우리 지역과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 뜻깊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서도 이런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욱수초교는 내년에 효와 예 관련 행사를 더욱 확대,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세대 공감 효행교육을 비롯해 1교 1경로당 결연, 효의 날 지정 등 노인이해 교육이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지니는 데 작은 씨앗이 될 거라는 게 욱수초교 측의 설명이다.
욱수초교 배이선 교감은 "감사와 배려의 마음이 생활 속에서 싹을 틔워 학생들의 내면에 단단히 뿌리 내리길 바란다"며 "그렇게 될 때 타인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멋지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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