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침산동 칠성초등학교 후문 앞 갓길. 이날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스쿨존 내 주·정차가 금지됐다. 이에 따라 이곳은 3개월 간 '통학버스 승·하차 구역'으로 지정돼 파란색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통학버스 승·하차 표지판을 무시한 채 4, 5대의 승용차들이 일제히 도로에 서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차량에서 내려준 뒤 바로 출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차를 주차하고 내려 아이를 학교 문 앞에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이날부터 스쿨존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면서 혼선을 막기 위해 시범 운영되는 대구시내 일부 스쿨존 내 차량 승·하차 구역(매일신문 10월 16일 자 1면)이 시행 첫날부터 혼선을 빚으며 삐걱댔다.
대구경찰청과 대구시는 스쿨존 내 주‧정차 전면 금지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10개 경찰서당 1곳씩의 승‧하차 구역을 별도로 만들어 3개월 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유형은 자가용 주·정차가 가능한 '어린이 승하차 구역', 스쿨버스 주·정차가 가능한 '통학버스 승하차구역'으로 나뉜다.
하지만 달서구 서도초, 남구 대덕초 등 총 9곳(중구는 교통 방해 등의 이유로 미지정)에 설치된 승·하차 구역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통학버스 구역에 주·정차가 불가능한 자가용이 서는 것은 물론 승·하차 구역이 있음에도 대다수 학부모는 이를 벗어난 골목 어귀나 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승·하차 구역 설치와 동시에 지적됐던 좁은 도로로 인한 교통 정체와 사고 위험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날 비슷한 시간에 찾은 남구 대덕초 앞 어린이 승하차 구역은 비좁은 편도 1차로의 3m 남짓한 구간에 학부모 차량이 몰리면서 뒤이어 오는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다 마주 오는 차량을 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있었다.
11살 딸을 둔 A(48) 씨는 "스쿨존 내 주·정차를 전면 금지한 법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학교 인근 스쿨존 내 골목에 이미 많은 불법 주차차량들도 해결하지 못하고 놔두지 않았냐"며 "많은 차들이 들어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승·하차 구역 이외 주·정차 차량 단속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예 스쿨존 내 주·정차 금지나 승·하차 구역 설치를 모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경찰은 한정된 인원으로 여러 학교를 살펴야 하는 등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 B(43) 씨는 "오늘부터 스쿨존 내 주·정차가 금지되는지 몰랐다. 집과 학교 간 거리가 있어 차 없이는 아이 등하교가 어려워 계속 차를 이용해야 한다. 경찰이 크게 나서지도 않은 것 같아 급하면 어쩔 수 없이 학교 앞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경찰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 있어서 단속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승·하차 구역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2개월 넘게 심사숙고해 승·하차 구역을 지정한 만큼 앞으로 계도 기간을 두고 홍보와 단속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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