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취 중대장이 노래 시키고 폭언·구타, 얼굴에 소주 뿌려…"다음날 기억 못 해"

부대 측 "직무 배제, 분리 조치…합동조사 진행 중"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최근 군대 내 부실 급식과 가혹 행위 논란이 잇따라 세상에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장병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장교가 술에 잔뜩 취해 병사들을 괴롭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오후 4시 47분쯤 시민단체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에서는 육군 15사단(제15보병사단, 사단장 소장 김경중) 소속 한 병사의 제보를 전했다.

▶'15사단 중대장 음주회식간 가혹행위'라는 제목의 글 제보자는 "저는 만취한 중대장님에게 폭언 및 구타(를 당했고), 그리고 얼굴에 술을 맞았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 10월 19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부터 병사들과 훈련 복귀를 기념해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음주회식을 가진 중대장 A씨는 1시간정도 후 만취한 상태로 제보자가 있는 생활관으로 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여기가 최고참 생활관이지? 너네 노래나 좀 해봐라"라며 제보자 및 그의 동기들을 노래방으로 데려갔다.

이어 제보자가 첫번째로 노래를 했는데, 이때 중대장은 갑자기 주먹으로 제보자의 어깨로 4~5차례 때리며 "야, 내가 호구야? X병X이야?"라고 욕설을 했다.

제보자는 "기분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이어 만취한 중대장 A씨는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생활관 2층 복도에 전 병력을 집합시키기도 했다. A씨는 병사들을 일렬로 세운 후 "고생한다"며 종이컵에 소주를 한잔씩 줬는데, 이는 평소와 같은 "상식적인 양이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그런데 A씨는 제보자에는 소주를 종이컵에 가득 부워줬다.

이때부터 제보자에 대한 A씨의 가혹행위가 시작된 것. 우선 제보자는 첫잔은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바로 마셨고, 이어 다른 사람에게 잔을 넘기려 하자, A씨는 "뭐하냐?"며 또 다시 종이컵 소주를 가득 채워 줬다. 이를 제보자가 마시자, A씨는 3번째로 컵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이에 제보자는 "연거푸 3잔을 마시려니 저는 속이 좋지 않아 반만 마시고 잔을 다음 인원에게 넘기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A씨는 "나도 한잔 줘봐라"며 제보자가 들고 있던 잔을 가져갔는데, 이때 컵에 소주가 남은 것을 보고는 "이 XX가 미쳤나"라며 남은 소주를 제보자의 얼굴에 뿌렸다는 것.

이어 A씨는 계속 "한잔 따라봐라"라고 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이에 제보자는 "화가 너무 나서 대답도 하지 않고 술도 따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중대장님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이미 만취한 중대장님은 제 말을 듣지도 않으시고 인원(다른 병사)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며 "저는 자리를 피했고,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 생활관에 주저앉아 울부짖으며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A씨는 이때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제보자는 A씨가 자신을 지휘관실로 불러 사과를 했다면서도 "중대장님께서는 언제나 저희에게 부조리를 없애야 한다고 말씀해오셨다. 그런 중대장님에게 저는 말도 안되는 부조리를 당했다. 저의 잘못이 단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라며 "사람이 술에 취하면 본성이 나온다는 말을 저는 믿는다. 원해서 온 것도 아닌 군대에서 이런 취급을 당했다는 사실이 미칠듯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슬프다. 하나뿐인 외동아들이 이런 일을 당해가며 군 생활을 하는 것을 아시면 저희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제가 다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A씨 소속 부대의 입장도 나왔다.

부대 측은 "먼저 이번 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용사(제보자)와 부모님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사건 발생 다음날 해당 간부(A씨)는 본인의 과오를 인식하고 스스로 사단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어 "(A씨가)비록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해도 묵과할 수 없는 행위이기에 즉시 직무를 배제하고 분리조치했다"며 "현재 사단 법무·군사경찰·감찰에서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관련 법규 및 절차에 의거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후속 조처를 전했다.

부대 측은 "피해 용사의 심리적 안정과 지원을 위해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면담 등 필요한 보호 조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병영문화 쇄신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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