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나쁜 놈들 전성시대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4명을 두고 "양강은 좀 건달형이고 나머지 둘은 좀 수재형"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을 건달형,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수재형에 빗댄 것이다. 그는 "수재형보다는 좀 약간 건달기가 있어야 지도자가 되더라"고 덧붙였다.

유 전 사무총장이 언급한 건달은 본래 의미와는 다르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에 대해 "건들건들과(科) 아니냐"는 지적에서 알 수 있듯이 언행에 거침이 없는 것을 뜻한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여기도 좀 욕도 잘하고 건달기가 있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 자리에 근접했다는 여야 후보 3명이 건달을 넘어 나쁜 놈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후보들을 두고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이라고 했다. 반대 진영에서 보면 후보 3명 모두 나쁜 놈이라고 할 이유들이 너무나 많다.

대선판이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됐다.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탈락한 민주당 대선 경선이 본보기다. 인품이나 도덕성, 경력에서 이낙연은 이재명보다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형수에 대한 쌍욕, 범죄 전과, 여배우와의 스캔들은 물론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경선에서 졌다. 이낙연의 뒤늦은 경선 결과 수용, 이재명과의 만남을 미루는 것은 나쁜 놈에게 진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치권 대표 신사로 꼽히는 정세균은 추미애에 밀려 4위로 추락하자 중도에 포기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민주당 경선에서 고스란히 통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부제가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조폭, 전직 세관 공무원, 검사 등 나쁜 놈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변절도, 불법도,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건달을 넘어 나쁜 놈들이 주름잡는 대선판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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