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가장 늙은 나라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될 지 여부다. 이를 둘러싼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논의의 시발점은 대구 신공항이 군위군으로 결정되면서부터다. 대구경북신공항 광역경제권 구상의 일환으로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구상의 이면에는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의 인구비율의 극단적 불균형이 깔려있다. 2020년 말 기준 대구시의 면적은 883㎢, 인구는 241만여 명이다. 군위군은 면적 614 ㎢, 인구 2만3천여 명이다. 군위의 면적은 대구의 약 70%, 인구는 약 1%다. 두 지역이 합치면 인구는 별 변동이 없지만 면적은 크게 늘어난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급격한 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인구 분포는 더 충격적이다. 필자가 몇 년 전 경북의 모 지역에 신혼부부 및 산모들을 위한 건강교실에 강사로 초청받아 군에서 운영하는 지역 센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꽤 많은 지역 주민이 참석했으나 실제 젊은 부부나 산모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나이드신 어른신들만 있어서 난감했다. 실제 우리 농촌지역은 아기울음 소리 대신 백구 짖는 소리만 들리고 어쩌면 고향마을이 통째로 없어질지 두려움이 든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지만 총인구는 2020년부터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34년에는 총인구가 5천만 명 선이 붕괴되고, 40년 후에는 2천500만 명으로 지금의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총인구수의 감소도 문제지만 연령별 인구의 분포는 더 심각하다. 60대 이상의 고령층 인구수만 증가하고, 40대 이하의 젊은 층은 감소하고 있다. 즉 국가를 지탱하고 끌고 갈 중추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15.7%로 일본(28.9%)보다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가파르게 올라 이대로 가면 20년 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나라인 일본을 추월하고 3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환갑을 넘은 사람이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고령화의 핵심 원인은 심각한 저출산이다. 최근에 나온 2020년 1년간 우리나라 출생자 수가 사상 최저 수준인 27만여 명에 그치고 합계출산율도 0.84명으로 집계됐다. 0.84라는 수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1년 합계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추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주거비나 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출산율 하향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충격은 결혼관·자녀관, 혼인·출산연령 측면에서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 정책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교육·복지 등 나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육아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인기 영합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저출산 해소를 위한 후보들의 정책대결이 돼야 한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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