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친소] 갓난아기와 강아지, 함께 지내도 될까요?

주변 우려 딛고 4년째 동고동락 하윤이와 푸들 운이
'안전한 생활' 보호자 노력이 필수…첫 대면 전 냄새 등으로 적응 훈련
사고 방지 위해 단둘만 두지 않기…커가는 아이에게 맞춤 팻티켓 교육

하윤이의 100일을 반려견 운이가 축하하고 있다.
하윤이의 100일을 반려견 운이가 축하하고 있다.
보호자의 중재와 교육만 있다면 강아지와 아기는 동거가 가능하다.
보호자의 중재와 교육만 있다면 강아지와 아기는 동거가 가능하다.

"강아지는 어떡할 거니" 결혼과 동시에 질문 세례가 시작됐다. 반려인으로 살아오며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신혼집을 구했다고 하면 "강아지는 어떡할 거니", 임신을 했다고 하면 "그러면 강아지는 어떡할 거니", 건강한 아이를 순산했다는 벅차오르는 말에도 뒤따라 오는 건 "축하해. 근데 강아지는 어떡할 거니"였다. 대구 달성군에 사는 김채언 씨는 4살 여자아이 하윤이와 7살 푸들 운이를 키우고 있다. 우려 섞인 시선에도 아기와 강아지는 4년째 무사히 동거 중이다.

강아지는 언제나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강아지는 언제나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강아지와 아기, 같이 키울 수 있을까요?

작년에만 반려동물 13만 마리가 버려졌다. 구조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버려지는 동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서 버리고, 늙어서 버리고, 질려서 버린다. 그리고 하나 더, 아기가 생겨도 버린단다. 반려동물이 태어난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막연한 걱정보단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족이 생겼다고 어떻게 가족을 버리겠는가.

채언 씨 부부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운이가 하윤이를 가족으로 못 받아들이면 어떡하지? 하윤이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제 아무리 온순한 강아지도 언제나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 아기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강아지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채언 씨 부부는 운이가 하윤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첫 대면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 아기의 냄새가 담긴 손수건이나 기저귀를 집에 가져와서 운이에게 하윤이의 존재를 적응시켰다. 또한 무조건적인 분리보단 높은 아기 침대를 준비해 운이가 하윤이의 냄새를 충분히 맡게 했다. 그렇다고 하윤이와 운이만을 한 공간에 두지 않았다. 반려동물의 접근을 막는 안전문을 방마다 설치했고, 채언 씨나 남편이 있을 때만 함께 있게 했다.

100일을 지나 첫 돌을 맞은 하윤이. 그 옆에는 운이가 있다.
100일을 지나 첫 돌을 맞은 하윤이. 그 옆에는 운이가 있다.

하지만 하윤이가 커가면서 작은 사고들이 몇 번 있었다. 걸어 다니고, 말도 하기 시작하며 하윤이가 운이에게 부쩍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저희 부부가 운이와 놀아줄때 삑삑이(장난감 공)를 던질듯 말듯 하는 행동을 하거든요. 그걸 하윤이도 따라하고 싶었나봐요. 따라하다가 그만 운이의 발톱에 하윤이가 얼굴 쪽을 긁혔어요" 운이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어른들과 늘 하던 장난을 쳤을 뿐인데 하윤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보호자는 화가 났다.

채언 씨는 운이에게 아기와 어른의 다른 점을 알려주려 노력했다. 물론 운이는 그 뒤로 하윤이와 삑삑이 놀이를 안 한다. 자기도 위험할 수 있다고 인지한 것 같다고. "하윤이가 태어나고 모든 행동들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운이에게 무섭게 대했던 것 같아요. 물론 운이가 섭섭해하지 않게 운이와의 둘만의 시간도 많이 가졌지만... 하윤이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운이가 안쓰럽고 또 고맙고 그래요.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겠어요. 운이와 하윤이. 둘다 저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누워만 있던 갓난아기는 걷고, 말하고, 뛰어다니게 되면서 강아지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누워만 있던 갓난아기는 걷고, 말하고, 뛰어다니게 되면서 강아지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아기는 강아지를 다룰 줄 모른다. 세게 만지거나 털을 당길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에는 보호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기는 강아지를 다룰 줄 모른다. 세게 만지거나 털을 당길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에는 보호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기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사실 강아지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인만 바라보는 강아지에게 주인의 또 다른 사랑스러운 생명체는 샘이 나는 존재다. 그뿐만 인가. 누워만 있던 갓난아기는 걷고, 말하고, 뛰어다니게 되면서 강아지에게 자극제가 된다. 하윤이도 그랬다. 운이가 움직이는 모습 하나하나에도 신기해하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좋다고 만지는 건데 힘 조절이 안되다 보니 세게 만질 때도 있고, 털을 당기거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행동에는 보호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방식이 거친 하윤이에게 그때마다 '살살 예쁘게 만져주자'라고 이야기하고, '하윤이가 이렇게 하면 운이가 너무 아프대'라며 꾸준히 교육을 시켰어요. 그랬더니 지금은 알아서 힘조절을 하고 배려하더라고요"

하윤이가 태어난지 1000일이 되던 날. 이날도 어김없이 운이가 함께다.
하윤이가 태어난지 1000일이 되던 날. 이날도 어김없이 운이가 함께다.

◆강아지와 아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성장

하윤이가 말을 하고 걷게 되면서 운이는 뜻밖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하윤이가 운이의 대변인으로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 양말에 구멍을 내놓은 운이 앞을 하윤이가 막아선다. "내 동생 괴롭히지마! 더러운 양말 혼낸 거잖아. 운이 내가 지켜줄 거야" 그럴 때면 운이도 하윤이 뒤로 슬쩍 숨는다고.

운이도 하윤이를 꽤 의지한다. 삑삑이(장난감 공)가 너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거나 가구 사이에 끼이는 경우가 생기면 하윤이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운이가 가끔 밥을 잘 안 먹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하윤이가 주방놀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 준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운이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둘이 싫어하거나, 맞지 않았다면 함께 키울 수 없었겠죠. 그건 오롯이 저의 욕심이니깐요. 하지만 둘도 없는 친구로 서로를 아끼며 잘 지내주니 참 다행이다 싶어요"

하윤이와 운이는 둘도 없는 친구다. 같이 놀이를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눈다.
하윤이와 운이는 둘도 없는 친구다. 같이 놀이를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눈다.

하윤이도 운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동물에 대한 유대감이 자연스레 길러졌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선뜻 다가가서 인사하고 호기심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소통도 많아지고, 사회성도 길러졌다. 책임감도 생겼다. 운이가 더 빨리 태어났지만, 하윤이는 운이를 자기 동생으로 생각하는지 동생 대하듯 밥도 챙겨주고 등·하원 때 운이를 살뜰히 챙긴다.

운이가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면 '괜찮아 괜찮아' 이야기 해주며 토닥인다. 운이를 자기가 챙겨줘야 한다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양보하는 법도 자연스레 길러졌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운이가 먹을 수 있는지, 한 개 줘도 되는지 꼭 묻는다. 운이가 피곤해할 때는 베게를 빌려주고 이불도 덮어준다고 한다.

유모차에 함께 탄 아이와 강아지. 어딜가든 껌딱지 처럼 붙어있다.
유모차에 함께 탄 아이와 강아지. 어딜가든 껌딱지 처럼 붙어있다.

◆육아와 육견, 보호자는 두 배의 책임감 필요
하윤이 기저귀를 갈고 나면 운이 배변패드를 치워야 한다. 하윤이가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정리하고 나선 운이가 산책을 나가자고 조른다. 산책을 하고 돌아온 집안에서는 또다시 육아, 육견이 시작된다. 밥도 두 차례, 목욕도 두 차례, 예방접종을 위한 병원 방문까지도 두 차례나 치뤄야 한다. 아기와 강아지를 함께 키운는 일은 보호자에게 꽤 많은 노동이 요구된다. "솔직히 안 힘들다고는 못해요. 아이 둘을 키우는 느낌이죠"

하윤이의 세번째 생일. 보호자는 운이가 항상 함께이길 바란다.
하윤이의 세번째 생일. 보호자는 운이가 항상 함께이길 바란다.

위생도 일반 가정보다 몇 배는 신경쓴다. 푸들이라 털이 많이 날리지 않지만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미용을 한다.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키고 침구나 화장실 청소에 특별히 신경 쓴다. 아기와 강아지를 같이 키운다고 하면 위생 문제를 많이 걱정한다. 사실 강아지 털은 사람 머리카락과 똑같이 사이즈가 커서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예방접종만 철저히 한다면 강아지를 매게로 세균에 감염될 일도 없다. "아기와 강아지, 조심하고 서로 배려한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제가 경험해 봤잖아요. 아기가 태어난다고 해서 버려지는 강아지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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