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명옥 (글로브영어학원 원장) 씨 모친 故 전일출 씨

스물일곱 꽃같이 젊은 나이에 어린 두 딸 남겨두고 홀연히 떠나셨지요
마음 울적할 때 산소 가는길 '소원바위'에 엄마 보고 싶다고 빌었어요

전일출(뒷줄 오른쪽 다섯번째) 씨와 이명옥(앞줄 왼쪽 두번째) 씨가 친척 결혼식에서 찍은 기념 사진. 가족제공.
전일출(뒷줄 오른쪽 다섯번째) 씨와 이명옥(앞줄 왼쪽 두번째) 씨가 친척 결혼식에서 찍은 기념 사진. 가족제공.

소백산 능선에 이어진 천부산 아래 바람 맞이 산꼭대기 그곳으로 나뭇가지들과 풀숲을 헤치며 산소로 가는 길에 부러진 고목나무 아래 예쁘게 잘 자란 영지버섯 군락을 발견한다. 산소에 오면 꽃같이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홀연히 서둘러 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에 균열이 생기면서 그 사이로 슬픔이 스며 올라온다.

우리 어머니는 6.25 전쟁 후에 외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홀어머니 아래서 남동생과 사시다가 스무살 즈음에 당시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결혼을 하셨다.

우리 집안은 대가족이었고, 삼대가 함께 살았었다. 아버지는 장남이셨고, 어머니께서 시집살이에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신 외할머니는 아버지를 충북 제천에 있는 은행에 취업을 하시도록 해주셨다.

어머니는 두 딸을 낳으시고, 제천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볼을 만지면서 치아가 아프다고 하셨고, 치료를 받기 위해 인근 병원에서 시술 중 지혈이 되지 않았고, 급하게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이후 백병원에서 혈액암이라고 진단을 받으셨다. 가족들에게는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아버지는 청량리에서 풍기행 열차 침대칸에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운명 하시기전 가족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시고, 고사리같은 저의 손을 붙잡고 바라 보시던 그 눈동자는 어린시절이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영원히 아물지 않을 가슴아픔으로 떠오른다.

하늘에 계시는 어머니! 1939년 8월 24일에 태어나 1965년 8월. 26년이란 짧은 삶을 살고 떠나신 어머니. 그립고 보고 싶은 어머니가 떠난 그 날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제 마음을 글로나마 이렇게 전합니다.

전일출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전일출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그리운 나의 어머니

소백산 아래 천부산

동쪽에는 용암산

할머님 시집올 때

꽃가마 타고 오신

누엣머리 고개가

저만치 보이는 우리동네

오십여년 전 어느 가을날

나의 어머니는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세 살 여섯 살 두딸을 남겨두고

영영 돌아 오지 못하는

저 세상으로 떠나가셨다

집앞 고야나무 그늘을 지나

논두렁길 따라 참나무골로

꽃상여에 몸을 싣고

"이제가면 언제오나

어어야~ 이이제~ "

북망산천 가는길에......

상여소리 들으며

철없는 어린 딸은 영문도 모른채

할머니 손잡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울지도 않았다

"엄마 나는 딸도 괜찮아

이 말씀을 남기고......

빨간 감홍시를 마지막으로 드시고

제 손을 꼭잡아 주시며

바라보던 그 눈길이 아직도 가슴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저 하늘에서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가끔 모습을 보이셨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꿈속에 오셔서 대화를 하시고 가셨다

마음이 울적 할때면

산소로 가는길에

소원을 들어 준다는 팥죽할매 바위에

돌을 쌓고 맘속으로 엄마가 보고싶다고

빌었다

살아 오면서

내마음 속 어머니는

기쁜일 슬픈일 모두 함께 해주셨다

나이가 들어 가니 이제는 꿈에 오시지 않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내마음 깊은곳에

늘 함께 하시고 계신다

그리운 어머니

오늘, 아니 언제나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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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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