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권 가장 원흉은 극단적 수도권 집중화…절실함도 너무 부족

[지방분권 전문가 죄담회] 지방자치 부활 30돌! 지방분권의 현주소
매일신문 주최…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 사회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분권 가장 원흉 수도권 집중화"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정부 고등교육에 대한 낮은 이해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 "조직권, 인사권, 예산권 등 가져야"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 (맨 왼쪽),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 順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 (맨 왼쪽),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 順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방분권 정책이 선거 공약에 그치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공멸할 위기다. 수도권은 과밀화 병폐에 시달리는 반면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분권운동은 각종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의 단골 공약에 그칠 뿐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내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라는 초유의 '정치의 해'를 맞는다. 중앙과 지방에서 새롭게 선출된 선량들이 뜻을 모아 제대로 된 분권 운동을 부흥시키자는 의미에서 매일신문은 분권운동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했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분권 운동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매일신문이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첫 회는 지난 20일 매일신문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의 주제로 열린 좌담회다.

〈1〉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지방분권의 현주소

〈2〉 지방분권 헌법 개정 어떻게 풀어야 할까?

〈3〉 이건희 미술관을 통해 본 수도권 블랙홀 현상과 문화 분권

〈4〉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지방분권 실현 전략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사회자>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전 경상북도 부지사)

<패널>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인제대 교수)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전 안동대 총장)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대구 북구 제2선거구)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30년간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분권의 가장 원흉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수도권 인구는 50%가 넘었고, 재정의 70%가 쏠려 버렸다. 그 결과 지난 2019년에는 전국 1천대 기업 가운데 지방 소재 기업은 사라졌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고통받는데 지방은 비어있다 못해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같은 수도권 집중화 심화 현상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화가 분권을 막는 것을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분권을 위한 절실함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부족한 것 같다.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분권의 선행 조건으로 입법·재정·조직권 등이 필요하다. 이를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헌법을 지방분권형으로 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헌법 1조에 3항을 신설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라고 명시해 놓으면 국회가 법률을 제정할 때도 분권의 기본 틀 내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법부는 분권 원리에 따라 판결하게 되고, 행정권도 법 집행 시 헌법 기본원리를 존중하면서 행정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인구나 재정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해법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권한인 긴급명령권, 긴급재정명령권 등을 발동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을 지방에 분산했던 것처럼 대학 이전 등 혁명적 조치를 발동해야 한다. 분권에 대한 강성론자들은 이처럼 수도권 집중화를 강제로 막는 방법을 먼저 마련한 뒤에야 제대로 된 분권 활동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지역소멸 위기와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도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은?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출을 살펴보자. 대학생 1명당 투입되는 정부 재원은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66% 정도에 그친다. 반면 초중고생에 투입되는 비용은 OECD 국가 대비 136%에 이른다.

또 다른 통계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교육원가는 2015년 기준 1만달러 정도다. OECD 국가 평균 1만5천달러의 3분의 2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대학교수 1인당 학생 수(30명)도 국내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국립대학은 사정이 조금 나아 25명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16명에 불과하다. 미국이 평균 14명이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국도 19명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사는 인도가 24명 수준이고 브라질이 25명을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국 하위 30~50% 대학의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대학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대학들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겠는가. 피해는 전부 지방 대학이 떠안게 된다. 지역 대학에 투자는 하지 못할지언정 책임만 지방에 전가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중앙정부가 교육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에 각 지역 정부와 대학 간 협력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지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자율성을 강화하자는 게 분권의 기본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교육정책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단 바로 잡는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기울어진 쪽에 흙을 채우든지 평평하게 해 놓아야 전국의 대학과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전국에서 소멸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의성이 꼽혔다. 개인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학이 소재한 지역과 소멸 예정지역의 연관성을 살펴 보니 소멸이 예상되지 않는 지역에 대학이 존재하는 경우가 75%이고, 소멸 예상 지역에 대학 없는 곳이 65%나 됐다. 이는 지방 소멸과 대학의 존치 사이에 연계성이 높다는 것인데 대학이 있는 지역은 소멸 가능성이 뚝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지역 생존과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에서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지방의회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긍정적인 부분과 보완점이 있다면?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어떤 조직이든 기능 유지를 위해선 조직권, 인사권, 예산권 등 3가지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처음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을 규정한 것으로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제103조에서 지방의회의 의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례 및 의회 규칙으로 사무직원의 임면, 교육, 훈련,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사권 규정이 신설됐음에도 실질적 인사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는데 바로 의회 사무처의 직제・편제의 문제다. 현재 의회 직원의 편제는 집행부보다 급이 낮고, 초급간부인 5급 팀장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회 중심의 인사를 하게 되면 승진 인사에 많은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승진적체로 이어지고 직원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인재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지방의회의 편제가 집행부와 같거나 더 상향되도록 해야 하고 특히 초급간부가 직제상 충분히 편제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의회가 대집행부 견제의 역할과 행정조정성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조치이며 승진을 위해 의회의 사무직원이 집행부로 전입해야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더욱 적극적인 탈집행부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의장=조세 법률주의에서 탈피해 지방세는 지방의회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헌법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지방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려면, 지방세법에 지방세율을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위임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법체계의 기본원리인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고 개헌사항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현행 조세관련 법률의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재정 분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더 높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지방교부세의 조정이다. '조정'이라 표현하기는 했으나 사실상의 지방교부세 폐지를 주장한다. 현행법상 지방이 거둬들여 써야 할 세수를 국가가 일단 거둬들인 다음 지방에 배분해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국세분을 지방세로 전환해 자치단체의 직접 재원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이인선 대구시지방분권협회 의장=대선과 지선이 있는 내년에 분권 실현을 위한 전략은?

▷강재규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국토교통부 예산 가운데 지역에 골고루 투입해야 하는 균특회계라는 것이 있는데 무려 93%가 수도권 길 닦는 데만 집중돼 있다. 코미디 같은 형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동 장치를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권태환 경상북도지방분권협의회 의장=종합적으로 청년 문화를 파악하고 이를 차기 정권의 핵심 정책으로 관철해야 한다.

출산, 교육, 경제 부흥 등 모든 국가 핵심 정책을 청년들이 쥐고 있고 이들이 모두 대학에 집결해 있다. 청년과 대학의 생산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국가 산업화에도 대학이 중심이었고 현재의 난국을 해소하는 일도 결국 청년들의 손에 달렸다. 차기 정권에 청년국 신설을 제안한다.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원장=지방자치단체에 법률제출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자체가 법률을 제출하려면 행정안전부나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중앙 종속적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다. 적어도 자치단체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법률안제출권을 부여하거나 그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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