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 A(39) 씨는 지난 18일 오후 7시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본동주공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 기다리던 중 보도와 인도 사이에 높은 연석을 맞닥뜨린 것이다. 주변이 어두워 늦게 발견했다면 전동휠체어가 기울어 넘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연석의 높이가 높은 곳이 많아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4일 대구시가 지난해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실태에 따르면 '도로와 인도 경계의 적정 연석 높이(2㎝)'에 적합한 곳은 68.6%에 그쳤다. 대구의 6차로 이상 횡단보도 1천200곳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왕복 6차로 이상을 대상으로 했기에 여전히 '이동권' 사각지대는 많은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이동편의 실태조사 조사표에 따르면, 보도와 차도 높이 차이는 2㎝이하여야 한다.
본동주공아파트는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 및 노인들의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 인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연석의 높은 턱을 올라가야한다.
노인전동차를 이용하는 B(64)씨는 "높은 연석 때문에 횡단보도를 똑바로 이용하기 힘들어 낮은 지점을 찾아서 이러저리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차도로 전동차를 몰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8년 넘게 경비원 일을 하는 C(72) 씨는 "몇 해 전 이곳에서 보행기 타던 어르신이 도로 쪽에서 지나가던 차와 부딪힌 걸 봤다"며 "여기엔 전동휠체어를 탄 교통약자들이 많은데 차도로 나가지 않고 횡단보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석을 낮추는 등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후 관리가 '지자체 재량'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도로와 인도 경계의 적정 연석 높이'의 대표적 기준 부적합 사례가 8곳이 지적돼 있다. 그 중 서구 이현시장 입구 앞 횡단보도와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는 각각 연석 높이가 10㎝, 6㎝에 달했다.

두 현장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이현시장 앞 횡단보도는 2~3㎝ 정도 높이로 보수가 된 반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의 경우 높은 곳은 8㎝에 달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횡단보도의 높은 연석 문제는 민원이 따로 접수되거나, 동에서 전수조사 통해서 개보수한다"면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 턱낮춤과 관련된 민원은 없는 등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권단체 관계자는 "횡단보도 공사를 해놓고 나중에 바꾸게 되면 예산도 낭비되고 절차도 복잡하다"며 "애초에 횡단보도 공사를 할 때 교통 약자들을 고려해 공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바닥 알림등과 같은 추가 안전 장치도 함께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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