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치열해지면서 '설화'(舌禍)가 잇따르고 있다. 그중에는 실제로 잘못해서 화를 입는 경우도 있고, '설화'가 될 일이 아님에도 설화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달 안동대 학생들과 대화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이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의 발언은 '정규직 비정규직 따지지 말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거였다. 앞뒤 다 떼어내고, 공격함으로써 청년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로 비치도록 한 것이다. '부정식품 논란'도 똑같은 방식으로 왜곡됐다.
최근에는 '전두환 옹호' 논란으로 여당은 물론, 같은 당 경선 후보들로부터도 맹비난을 받았다. 부산 당원 간담회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웬만한 건 다 넘겼다고 한다. 그렇게 맡겼기 때문에 잘 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문가라도 경제를 다 모른다. 금융·예산 등 다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출신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최고 전문가들을 뽑아 일을 맡기고 저는 국민과 소통하고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기겠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인용할 필요도 없었지만 맥락을 보면 '전두환 옹호'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 문법'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 실수하고 있으나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들 한다. 윤 후보든 누구든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정치 문법'에 익숙해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타인의 말을 일부만 뚝 잘라 뜻을 취하고, 왜곡해 해석하는 우리 사회의 습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단장취의'(斷章取義)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말의 일부만 떼어서 전체 맥락과 관계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쓰는 것'을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기원전 8~3세기)에 나온 말이니 남의 말을 잘라 왜곡하는 습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모양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단장취의'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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