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文대통령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 가장 빨리 회복"

野 "고장난 라디오처럼 자화자찬만"
경제·문화 분야 성과 설명에 치중…민주당 의우너들 17번 박수로 호응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특검 수용 요구 손팻말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지나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특검 수용 요구 손팻말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지나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임기 마지막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은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예산"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정국 최대 이슈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나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급 없이 경제, 문화 분야 성과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자 야권에서는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자화자찬으로만 채워진 연설"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치유와 회복, 포용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3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등 높은 접종률을 통해 '위드 코로나'를 앞당기겠다는 자신감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내달 본격 시행할 '단계적 일상회복'과 관련해 "안정적 방역과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다"며 "방역 조치로 어려움이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영업이 살아나고 등교 수업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손실보상법' 지원 대상에서 빠진 피해 업종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국회가 지혜를 모으면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회복에 대해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가장 빨리 회복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평균 성장률도 우리나라가 가장 높을 것"이라고 자찬했다. 다만 "아직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회의장에 띄우는 자료화면으로 방탄소년단(BTS)의 모습과 함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포스터 사진을 준비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마지막 미해결 과제로 저출산·노인 빈곤율·자살률·산재 사망률·지역 불균형 등을 꼽으면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한 지 2년 만에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대신 "정부는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를 진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 연설에서는 예년과 달리 한반도 평화 문제 관련 비중을 줄여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여기에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검찰과 공수처는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포함해 전체 권력기관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건드려 대통령이 정치 중립 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지나치게 성과를 포장하는 데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국민의힘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화자찬을 틀어댔다"며 강력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예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아가자)이라는 신조어를 정권의 콘셉트로 잡은 모양"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자화자찬 K시리즈에 가려진 K불평등은 외면한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경제지표는 선진국인데 왜 시민 삶은 선진국이 아닌지 답을 내놨어야 했다"며 "대장동 비리 등에 박탈감을 느끼는 보통 시민을 향해 책임 있는 사과와 엄정한 조치도 내놨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문 대통령이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흔들림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포용 성장을 위한 정책 노력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모두 17번의 박수로 호응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 본회의장 밖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평생 지지합니다'는 문장을 한 글자씩 만들어 들고 본청을 떠나는 문 대통령을 배웅했다. '우주 최강 대통령' 피켓도 등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이날이 6번째로 청와대는 이날 "임기 내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건 문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손팻말을 들고 배웅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손팻말을 들고 배웅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2021.10.25 청와대 제공

※시정연설=행정부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본회의에 상정되면 대통령이 의회에서 예산 편성이나 정책에 대한 정부 입장, 국정 전반을 설명하는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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