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자리 잡은 대구 수성구 솔정고개에 늦가을 솔바람이 불고 있다. 차가워진 공기에 야구팬들은 두꺼운 점퍼를 찾는다. 포스트시즌으로 불리는 '가을야구'가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대구를 연고지로 삼은 삼성라이온즈의 전용구장 '라팍'은 가을야구를 편하게 보고자 하는 대구 시민들의 염원을 알고 있을까. 라팍은 대구 시민 혈세를 쏟아부어 만든 야구장이다.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은 일부 투자했을 뿐이다.
삼성의 옛 전용구장 대구시민운동장 내 야구장의 수용 인원은 1만 명 남짓이었다. 경기장이 작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삼성은 몇 차례 한국시리즈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치르기도 했다. 오래돼 낡은 관중석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구시는 새 야구장 건립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기에 매년 이맘때면 시민들 사이에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지금처럼 온라인 예매가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삼성 선수단과 프런트뿐만 아니라 야구장 관리 부서 대구시 공무원과 시의원, 미디어 관계자, 정보기관 직원에까지 입장권 청탁이 있었다. 추위에 떨며 비좁은 좌석에서 음식을 먹으며 삼성을 응원하던 시절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라팍에 자리 잡은 2016년부터 5년간 '9-9-6-8-8위'라는 암호 같은 부끄러운 성적을 남긴 삼성이 마침내 가을야구에 나선다. 25일 현재 삼성은 75승 9무 57패(승률 0.568)를 기록, 74승 8무 57패의 KT 위즈(0.565)를 반 게임 차이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의 정규 시즌 우승은 남은 경기에 달려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이미 확정한 상태다.
그런데 라팍에서의 첫 가을야구를 학수고대하던 대구 야구팬들이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 일정 때문이다. 11월 15일 이후 시리즈는 서울 고척야구장에서 하기로 각 구단이 합의한 것이다. 삼성이 우승하면 라팍의 가을야구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코로나19 사태와 도쿄 올림픽 참가, 날씨 등으로 꼬인 프로야구 일정 탓이라지만,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예고한 만큼 올해 한국시리즈는 정상적인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열려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