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난급 KT 먹통사태, 보상 어렵다?…인과관계 증명 사실상 불가능

KT 자체 보상안 아닌 재판 통한 보상은 어려워

경북 한 골프장이 KT 통신망이 먹통이라는 매일신문 보도를 내걸고 카드 결제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독자 제공
경북 한 골프장이 KT 통신망이 먹통이라는 매일신문 보도를 내걸고 카드 결제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독자 제공

25일 낮에 발생했던 KT의 통신장애 원인은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밝혀졌다. 외부 바이러스 공격보다는 KT 내부 오류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용자 피해를 명확히 입증해 내는 것이 쉽잖은 탓에 손해 배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나온다.

KT가 이번 '먹통 사태' 원인으로 꼽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테이블은 네트워크가 흘러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서버다. 신호등이 없으면 도로가 마비되듯 라우팅 테이블에 문제가 발생하자 KT 모바일과 유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의 데이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강휘진 서강대 ICT융합재난안전연구소 교수는 "KT에서 원인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KT 엔지니어 등의 잘못으로 이 같은 통신재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003년 KT혜화전화국 서버가 웜바이러스 공격을 받았을 때는 유선인터넷만 문제였고 2018년 KT아현국사 화재 때는 해당 지역에서만 장애가 있었는데 이번엔 전국 KT 유무선 가입자들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명백히 KT의 운영 실수로 밝혀지더라도 쉽게 손해배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재 KT 무선통신 이용자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1천750만명, 9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먹통 사태로 식당 결제 시스템이 멈추고 주식거래 등이 막히더라도 이에 대한 인과관계와 피해 정도를 이용자 입장에서 증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신규환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 비춰 보면 '특별손해'가 인정되려면 해당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KT가 사전에 인지해야 하는데 그런 케이스를 찾기 어렵다"면서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 피해 때도 KT가 자체 보상안을 마련한 것이지 재판을 통한 보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통신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것은 '국가 재난'이라고 부를 정도의 큰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관리를 하고 이용자 손해배상 체계도 좀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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