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과 조폭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힘은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정·재계에 구축한 인맥과 이를 움직이는 막대한 재산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지프의 재산은 엄청났다. 1957년 처음으로 실시된 포브스지의 미국 내 부호 순위에 따르면 조지프의 재산은 4억 달러로 당시 미국의 10대 부호 안에 들었다.

조지프가 이렇게 큰 부를 축적한 비결 중 하나가 금주법 시대에 캐나다에서 위스키를 밀수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조지프는 당시 위스키 밀수를 포함해 미국 내 밀주(密酒) 사업을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와 깊은 친분을 맺게 됐다.

이것이 훗날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마피아가 조직을 총동원해 바닥표를 몰아줬다는 얘기다. 1960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었다고 하는 일리노이주 선거에서 케네디가 9천 표 차이로 이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 비결이 조지프의 밀주 사업 동업자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인 샘 지안카나의 영향력이라고 한다.

장제스(蔣介石)도 상하이(上海)의 범죄 조직 청방(靑幇)의 보스 두웨성(杜月笙)과 긴밀히 엮여 있었다. 젊었을 때부터 두웨성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즐겼으며 정치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27년 장제스가 국민당 좌파와 중국 공산당에 대항해 일으킨 이른바 '4·12 상하이 쿠데타'에 대한 전폭적 협력이다.

당시 두웨성은 장제스의 명을 받고 휘하 조직을 총동원해 상하이 내 공산당 조직을 파괴했다. 이때 죽은 공산당원은 300~400명, 실종자는 5천 명에 이른다. 이런 '공로'로 두웨성은 국민혁명군 육해공군 총사령부 참의(參議·고문)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폭 연루설은 국민을 당혹게 한다.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조폭 연루 의혹을 받는 대선 후보는 없었다. 의혹은 이미 2018년 SBS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기한 바 있다. 그때 이 후보는 SBS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이 후보가 '의혹'을 털어버릴 좋은 기회였을 텐데 왜 그랬을까? 민주당이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보한 장영하 변호사를 고발했다. 이번에는 취하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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