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봇 CEO] <8>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

27년 경력 ‘로봇맨’ 대구에 둥지 "시장 다변화 맞춰 솔루션 개발"
한국야스카와전기 퇴사 후 스타트업 설립
카메라로 사물 직접 인식하고 딥러닝으로 생산과정 핸들링
코로나發 일손 부족 해소 가능…스타트업 특성상 금융지원 절실
테스트필드 유치로 시너지 효과…투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 포부도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 채원영 기자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 채원영 기자

대구 로봇기업 중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도 많다.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는 지난해 8월 한국야스카와전기를 퇴사한 뒤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대우중공업에서 로봇시스템 엔지니어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로봇 분야에만 종사한 '로봇맨' 조 대표를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만났다.

-사회생활 전체를 로봇과 함께 보낸 것인가?

▶1994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하면서부터 로봇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희망부서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자동화에 관심이 커 로봇시스템부를 선택했다. 이후 로봇 관련 응용 기술을 개발하다가 2000년 한국야스카와전기에 한국인 최초 로봇담당으로 입사했다. 야스카와에서는 로봇사업을 총괄했다.

-스타트업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그간 로봇 분야에만 종사하며 진행했던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는 상용화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오랜 기간 배우고 익힌 것들을 활용해 새로운 로봇 솔루션을 내놓고 싶었다. 최근 다품종 소량 생산 흐름에 따라 플렉서블(flexible) 제조라인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수요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나 제품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 3D비전을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존의 3D 데이터를 카메라로 얻은 데이터와 매칭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딥러닝을 통해 로봇이 직접 생산 과정을 핸들링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외관 및 조립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로봇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 중인 제품도 소개한다면?

▶자율이동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을 개발 중이다. 공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AMR과는 차별화된, 야외에서 활동이 가능한 로봇이다. 일반 산업현장을 비롯해 소방, 농업,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엠로보틱스 제품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면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나?

▶우선 AI 3D비전은 새로운 개념의 자동화 라인 구성이 가능하다. 요즘 휴대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의 생명 주기가 굉장히 짧다. 제품이 바뀌면 그때마다 라인을 바꾸는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유연하게 생산 라인을 바꿀 수 있다. AMR은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진 현재, 노동력 확보가 힘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어렵거나 힘든 부분은 없는가?

▶업력이 짧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금융권 문턱을 넘기가 힘들다. 신규 인력채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로봇도시 대구가 더욱 발전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책이 보강됐으면 한다. 그래도 아이엠로보틱스를 선택한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직원들이 있어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 채원영 기자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 채원영 기자

-회사 위치를 대구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구는 구미의 전기전자산업, 울산의 자동차산업, 창원의 기계산업 중심에 위치해 입지조건이 최고다. 로봇 수요처가 대구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전국적으로 대구의 로봇 기술력은 인정받는다. 그만큼 대구는 로봇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다.

-전 세계와 국내, 대구 로봇산업에 대한 나름의 전망을 한다면?

▶글로벌 산업용로봇 시장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0%를 기록하며 급성장했으나, 2018년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국내시장도 로봇 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2016년 이후 줄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시장상황이 급변했다. 로봇이 AI, 자율주행, 라이다, 카메라, 5G와 접목하며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도 이런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대구 유치에 대한 생각은?

▶로봇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구에 테스트필드가 오는 것은 필연이었다고 본다. 특히 개발 중인 AMR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매우 기쁘다. AMR은 테스트 공간이 마땅치 않고 개발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데, 테스트필드 도움을 받을 것 같다. 테스트필드와 더불어 로봇기업들의 단지가 구성된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1단계 AMR을 개발 완료한 뒤 2, 3단계 개발을 계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솔루션을 조만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으로서 갈 길은 멀지만 대구에 둥지를 튼 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 꾸준한 투자는 물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한 말씀.

▶로봇은 앞으로 지역 경쟁력,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몫을 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분명히 계속해서 성장할 분야다. 기업과 더불어 학교에서도 로봇을 가르치고 학생들도 로봇에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좋은 인재가 기업에 유입되고, 기업은 우수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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