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네이버·카카오로 대변되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다.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이들 기업의 독점에 대한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플랫폼 기업 독점에 대해서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며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기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조차도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로 시끄러울 만큼 이 문제는 세계적인 논란거리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무한 확장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은 '디지털 플랫폼의, 플랫폼에 의한'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 스스로만 보더라도 하루에 적어도 수십 번은 네이버 홈페이지나 카카오톡에 접속한다. 검색, 쇼핑, 이동 등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우리는 이들 시스템을 찾는다.
수많은 블특정 다수가 플랫폼에 머물고 들락날락하면서 개개인 데이터를 쉼없이 남기기에 플랫폼은 이제 비즈니스 모델의 대세가 됐다. 기존의 대기업들도, 신생 업체들도 너도나도 플랫폼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뚫기 위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수혜를 보는 분야도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 분야다. 일례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K-문화'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도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곳곳에 실시간으로 방영되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고 초유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만약 이 작품이 기존 극장판이나 TV용으로 제작됐다면 이만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가수 반열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과거 인지도가 없던 시절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짧은 시간 내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다. 지역 문화계도 거대 플랫폼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각에선 이런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8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미술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대구 수성구 DGB대구은행 제1본점에 있는 DGB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미술 전시회를 가상 플랫폼에 구현한 것이다. 방문자가 DGB갤러리 맵에 입장하면 실제 갤러리처럼 꾸며진 가상공간 건물 내 거실, 복도, 방, 계단 등 곳곳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며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게 꾸몄다.
코로나19 이후 지역의 상당수 공연장이나 전시장은 유튜브나 네이버TV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과의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문화계뿐 아니라 지자체의 관심과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지역 문화계로서는 플랫폼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지역에 국한된 공연이나 전시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그중 일부가 탁월한 재미와 작품성 등으로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글로벌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플랫폼 세상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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