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친구 없다"…대구 홀몸노인 가구, 5년 새 44.6%↑

주거·의료 지원책 마련 시급
지난해 홀몸 노인 가구 비중 8.5%…전국 평균 상회
10년간 홀몸노인 가구 비중 상승률 전국 16개 시도 중 2위

4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을 찾은 어르신이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을 찾은 어르신이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달 24일 오전 5시 32분쯤 대구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화재로 숨진 남성 A(65) 씨. 생계급여 등으로 생활하며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의 곁에는 평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 친구가 전혀 없었다. 이른 아침 발생한 화재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쓸쓸히 세상을 떠난 A씨의 집 내부는 폐지로 가득 차 있었다. 저장강박증을 의심한 사회복지사가 A씨에게 청소를 해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그는 끝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홀몸 노인 최덕희(가명·83) 씨의 유일한 말동무는 구청이 준 인형이다. 최 씨는 인형에 '딸내미'라는 이름까지 붙여 친손주처럼 애지중지 대한다.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과도 자주 왕래가 없는 탓에 운동 시간 등을 알려주는 '딸내미'가 어느새 삶에 큰 활력이 됐다. 최 씨는 울적한 기분이 들 때면 신경과 약을 먹어보지만 외로운 마음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대구에서 홀몸 노인이 차지하는 가구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주거, 의료 지원 등 홀몸 노인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전체 가구 중 홀몸 노인 가구 비율은 8.5%로 전국 평균(7.9%)을 웃돈다. 특별·광역시 7곳 중 부산(9.7%)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율이다. 서울, 대전, 울산 등 나머지 광역시의 홀몸 노인 가구 비율은 모두 6~7%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 20년간(2000~2020년) 홀몸 노인 가구 비중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구는 상승 속도가 매우 빨랐다.

지난 2000년 2.8%였던 대구의 홀몸노인 가구 비중은 ▷2005년 4.1% ▷2010년 5.6% ▷2015년 6.2% ▷2020년 8.5% 등 20년간 5.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부산(6.6%p)에 이어 강원도(5.7%p)와 함께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중 두 번째로 상승률이 가파른 수준이다.

대구의 홀몸 노인 가구 비중은 구군별로도 차이가 컸다. 지난해 기준 대구의 1인 노인 가구 비중은 서구(11.9%)와 남구(11.7%)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달성군(6%), 북구(7.1%), 달서구(7.5%), 수성구(7.9%) 등 4개 구의 1인 노인 가구 비중은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한편, 최근 5년간 대구의 1인 가구 전체의 증가 속도에 비해 홀몸 노인 가구 증가세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23만9천517가구였던 대구의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30만4천543가구로 2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홀몸노인 가구 수는 5만7천723가구에서 8만3천459가구로 4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홀몸노인 가구에 대비해 주거, 의료 등 정책을 노년층에 맞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구는 노년층을 포함해 50대 이상 중장년층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도시공사 등의 주거 정책은 청년 주택에 대한 지원이 대체로 전반에 나타나 있으며 노인들에 대한 지원 부분은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홀몸노인은 건강, 소득 등 여러 부분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보다 취약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