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오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과의 마지막 양자 회담에 동석할 것을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후보에게 제의했다. G20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독일 매체는 29일(현지시간)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메르켈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기독민주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숄츠 총리 후보에게 다른 정상들과의 단독 면담에 함께하자는 제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의원내각제를 따르는 독일의 정부 구조 상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힘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정됐는데, 문 대통령이 당선인을 데리고 정상회담을 나간 것과 같은 파급력인 셈이다. 당장 '역사적 제스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숄츠 총리 후보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현 대연정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직 중이어서 G20 정상회의에 관례대로 수행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공식 회담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 등과의 양자 단독회담에 동석을 제의한 것.
메르켈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먼저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이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메르켈 총리에게는 국제 정치무대에서 고별하는 자리가 된다.
G20 정상들은 메르켈 총리가 후임 총리 후보를 대동하는 데 대해 G20 협의의 연속성에 대한 방증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SZ는 전했다.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와 뒤이은 히틀러 체제의 등장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독일의 내각제 체제는 하나의 정당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극단주의 정당과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면서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방법이다.
정당들은 협상을 통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게 일반적이다. 사민당이 녹색당·자유민주당과 연정 협상에 성공하면 독일은 16년만에 좌파 정권으로의 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 연정은 세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에 빗대 '신호등 연정'(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가 된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사민당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내세운 녹색당,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11월 말까지 협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6일에는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총리에 취임하는 게 목표다.
이를 두고 숄츠 총리 후보를 G20 무대에 후계자로 대동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녹색당과 자민당에 빠른 연정 협상을 압박하는 셈이라고 SZ는 지적했다. 만약 신호등 연정협상이 실패한다면 국제무대에서 독일의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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