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라질지 모를 마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박정일(54) 사진가가 경주 천북면에 있는 한센인 집단마을 '희망농원'을 기록한 사진전 '천북'을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라한셀렉트 경주(옛 현대호텔) 오션갤러리에서 연다.
희망농원은 1959년 정부가 경주·칠곡의 한센인 260여 명의 자활을 위해 경주 보문관광단지 일대에 조성한 양계장 마을이다. 1978년 보문단지 개발로 지금의 자리로 강제 이주됐다. 현재 한센인을 포함해 160여 명이 이곳에 산다.
이들은 정부에 의해 두 차례나 삶터를 옮겨야 했지만, 정작 정부는 이들의 불편한 삶에 대해선 외면했다.
40여 년이 지나며 정부가 지어준 집단계사 450동은 낡고 열악해졌고, 재래식 정화조와 하수관로도 노후돼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게다가 마을 생활하수는 이웃 포항시민 식수원인 형산강으로 흘러들어 또 다른 민원을 낳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경북도·경주시·포항시가 함께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정주여건 개선의 싹이 트고 있다. 일부 주민은 계속 남길 원하지만 일부는 일정한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 살기를 원한다고 한다.
박 작가는 희망농원 주민들을 만나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던 한(恨)을 듣고,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일정한 배열로 늘어선 공장 같은 축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개인이 가지는 고유성과 특수성이 사라진 공간이죠. 획일화된 이 공간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정체성 문제를 끄집어내자는 게 당초 의도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우리사회의 편견 탓에 한센인들이 더욱 소외되고 고통받아 왔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한센병은 이제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됐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예전에 머물러 있다.
박 작가는 "한센병은 빨리 치료하면 후유장애도 없고, 전염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번 사진전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 작가는 경북대 대학원에서 응집물질물리학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여 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현장을 기록한 '자유를 향한 함성', 올해 초 사라져가는 부산의 작은 포구마을을 기록한 '홍티'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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