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핼러윈 축제에 방역은 어디 갔나? 도심 곳곳에 수천명 모이고 노마스크 수두룩

동성로 클럽골목 발 디딜 틈도 없었다…차량 통행은 불가
낮엔 가족 단위 모임으로 1만명 이상 모이기도
대구시 핼러윈 특별방역점검, 3곳 감염병예방법·식품위생법 위반 적발

30일 오후 8시 5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에는 핼러윈을 즐기러 온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임재환 기자
30일 오후 8시 5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에는 핼러윈을 즐기러 온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임재환 기자

30일 오후 8시 5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핼러윈 행사를 즐기러 온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약 200m 남짓한 거리를 걷는 데 2~3분이 걸릴 정도였다. 거리에는 핼러윈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오징어게임' 등 유명 캐릭터로 분장한 채 활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행인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했다.

핼러윈 분장을 한 조모(23) 씨는 "코 밑에도 핼러윈 분장을 했는데 마스크 쓰면 분장한 게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을 포함해 사람들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죄책감이 덜하다"라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둔 마지막 주말과 핼러윈 행사가 겹치면서 도심 곳곳엔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위드 코로나로 해이해진 분위기에 방역수칙이 무색해지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핼러윈에 해이해진 동성로

이날 동성로 클럽 골목 일대는 수백명의 사람들로 '불야성'이었다. 이곳 일대 클럽 11곳은 방역을 위해 자진 휴업에 들어갔지만, 술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인기 있는 술집 앞에는 대기인원만 50여 명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바짝 붙어 대화를 나눴다. 또 수시로 마스크를 내린 채 흡연을 하며 거리에 침을 뱉었다.

한 술집 입구에 들어서니 발열 확인과 명부 작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내부 방역은 사실상 실종이었다. 이들은 처음 본 사람들끼리 포옹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귓속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걱정을 했다. 대리운전을 위해 동성로를 찾은 A(58) 씨는 "핼러윈 분위기로 얼어붙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건 좋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건 위험하다. 백신 미접종자가 있기에 개인 방역이 이뤄져야 위드 코로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핼러윈데이를 맞은 지난 29일부터 중구 동성로 일대 술집 등에 대한 특별방역점검을 했다. 주요 점검 사항은 시설 내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미준수 ▷일반음식점 내 춤추기 행위 ▷운영제한시간(오후 12시) 위반 등이다.

이날 오후 10시쯤 대구시와 중구청, 대구경찰청 등 12명이 합동 점검에 나섰다.

30일 오후 10시 35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술집. 외국인들 상당수가 뒤섞여 음주하고 있었다. 대구시청 제공
30일 오후 10시 35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술집. 외국인들 상당수가 뒤섞여 음주하고 있었다. 대구시청 제공

단속반과 함께 들어간 한 술집. 외국인들 상당수가 뒤섞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음주를 위해 한 번 내린 마스크는 다시 착용하지 않았다. 일부는 실내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다.

이곳 술집 관계자들도 방역에 무심했다. 외국인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했지만, 정작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손님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단속반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시설 측 관계자에게 "마스크 미착용에 따라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했다"고 안내했다. 이에 해당 술집은 영업정지 10일과 1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는 단속반에게 "방역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손님들이 방역에 소홀했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했다.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다 단속된 사례도 있었다. 클럽이 아닌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행위는 식품위생법은 물론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다.

시에 따르면 이틀에 걸쳐 특별방역점검을 하는 동안 감염병예방법, 식품위생법 등 위반 시설은 모두 3곳. 이들 시설은 2주간의 의견제출서 등 서류절차를 거쳐 행정처분 조치를 받을 예정이다.

◆낮엔 가족 단위 나들이객 붐벼

30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동물원. 개장이 30분이나 남았지만 티켓팅을 위해 2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임재환 기자
30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동물원. 개장이 30분이나 남았지만 티켓팅을 위해 2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임재환 기자

이날 낮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동물원. 개장이 30분이나 남았지만 입장권을 사기 위해 200여 명이 줄을 섰다. 시설 내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아 가족 모임이 많았다. 10명에 가까운 대규모 가족 모임도 보였다.

시설 안에는 방역이 무색했다. 핼러윈 행사가 진행되는 곳엔 줄을 선 사람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특히 대기줄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를 했다.

진주에서 온 B(43) 씨는 "거리두기가 강화된 1년 동안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숨어다니다시피 움직이곤 했는데 위드 코로나와 핼러윈 분위기로 가족과 함께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 사이 대구에서 확산세가 높게 나오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인 만큼 감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여전히 미접종자라서 불안하다"고 했다.

이용객 일부는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시설 측이 핼러윈 기념을 위해 조성한 포토존에서 한 부모는 자녀들에게 "마스크 내려라"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 한 놀이공원. 수천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임재환 기자
대구 달서구 두류동 한 놀이공원. 수천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임재환 기자

다른 시설도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 한 놀이공원. 시설 안으로 들어가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최소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했다는 것.

시설 내 놀이기구는 저마다 최소 100여 명 이상, 많게는 200명 가까이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이들 모두 거리두기 1m 간격을 지키기는커녕, 서로 밀착해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한 놀이기구 대기줄에서 만난 C(44·경남 창원) 씨는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최근 1년 동안 소풍을 가거나 놀이공원을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위드 코로나와 핼러윈이 동시에 다가와서 외출을 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놀이기구 몇 개 타지도 못하고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1만 명에 가까운 이용객이 모였지만, 시설은 방역에 소홀했다. 한 놀이기구의 직원은 이용객이 꽉 찼음에도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안내하기보다 이용객들에게 '만세 외쳐, 소리 질러'라는 등 함성을 유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광장에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진행되는 '달고나 게임', '딱지치기' 등 체험행사가 이뤄졌다. 이곳 관계자는 "달고나 게임은 사람들이 너무 몰려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돼서 끝났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로 시간제한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방역이 느슨해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더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시설에선 환기와 소독을 잘 해야 한다. 시민 모두가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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