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율이 75%를 넘어서면서 일상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영화관과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핼러윈의 이태원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제는 코로나 초기에 환자 수에 동요하고 백신 접종 초기 이상반응에 민감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정부의 일상회복계획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6주 간격의 3단계 일상회복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내년 1월말이 되면 어느 정도 일상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점진적 계획과는 달리 사람들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코로나환자가 2천 명에 육박하고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함에도 이들 숫자에 대한 관심은 이전만 못하다.
이런 무관심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백신접종 완료율로 인해 코로나의 감염위험이 낮아진 것을 들 수 있다. 가끔 백신 접종 완료자들의 산발적인 돌파감염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중증환자의 발생이 줄어든 것이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무관심의 이면에 '무감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유행을 겪는 동안 반복되는 환자수의 증가와 감소, 이에 따라 교차되는 기대와 실망, 백신접종 후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수많은 이상반응 등이 코로나 관련 '숫자'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간에 걸쳐 일상을 지배하면서 통제된 사회에 대한 피로감과 무기력도 이런 무감각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 이런 건강관련 통계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감각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일상회복 단계로 들어간다면 해결해야 할 보건의료 문제는 산적해 있다.
순환기 내과 의사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의 대표적인 보건의료 문제로는 대구경북 지역의 높은 심장질환 사망률을 들 수 있다. 통계청 사망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질환이지만 단일 질환으로는 심장질환이 10년 이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높은 심장질환 사망률에 대구경북 지역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2020년 대구지역 심장질환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6명으로 8개 시 중 3위, 경북은 34.8명으로 9개 도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심근경색증 및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2020년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대구가 인구 10만 명당 18.6명으로 이는 8개 시 중 1위일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부동의 1위였다. 경북도 다르지 않은데 인구 10만 명당 14.7명으로 9개 도 중 2위이고 지난 10년간 1,2위를 번갈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지역의 높은 심장병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속에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단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고령인구, 낮은 의료기관 접근성, 낮은 119 이용률, 높은 심혈관질환 유병률 등을 원인으로 추정해 볼 뿐이었다.
2년 전 비로소 대구시와 대학병원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원인규명을 위한 공동연구를 계획하였지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다. 현재는 대학병원의 심장 전문의들도 코로나 생활치료 센터에 파견을 나가고, 밤이면 코로나 병동에서 당직을 서며, 심장환자전용 중환자실은 일반 중환자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말았다.
단계적일상회복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형적으로 변한 의료시스템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역민의 관심 속에 심장질환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일상회복도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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