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드 코로나 첫날] "왜 또 우리만"…헬스장 등 백신 패스 부여받은 업종들 계도기간에도 울상

1일부터 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 헬스장 14일·나머진 7일까지 계도기간 부여
백신패스 도입된 목욕장·헬스장·노래연습장 업주들 '억울'
미접종자라도 '의학적 사유' 인정 받으면 입장 가능하다지만…

오전 10시 무렵 찾은 대구 동구에 있는 한 목욕탕 입구엔 백신패스에 대해 안내하는 판넬이 설치돼있었다. 윤정훈 기자
오전 10시 무렵 찾은 대구 동구에 있는 한 목욕탕 입구엔 백신패스에 대해 안내하는 판넬이 설치돼있었다. 윤정훈 기자

1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동구에 있는 한 목욕탕, 입구엔 백신접종 완료증명서와 48시간 이내 발급된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만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는 안내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매표소 직원들은 목욕탕 이용객 한 명 한 명에게 백신패스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평소에도 팔공산 갓바위에 다녀오는 길에 여기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정모(59) 씨는 이날 목욕탕에 입장하려다 백신패스에 대한 안내를 받고 근처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 씨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긴 했으나 휴대폰으로는 확인 받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목욕탕 입구에서 직원이 안내한 대로 동사무소에 가서 신분증 뒤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해야겠다"고 했다.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방역완화 계획이 실시됨에 따라 목욕장,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백신패스가 적용된 일부 시설 업주들의 한숨이 깊다.

식당·카페를 비롯한 대부분 시설의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는 등 대대적인 방역 완화가 이뤄지며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목욕장 등 일부 시설 백신패스 도입도 지난달 25일 공개된 초안 그대로 시행되면서, 이로 인한 매출 감소 및 불이익에 대한 업주들의 고민도 현실이 됐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 적용 대상 시설은 ▷유흥시설 5종 ▷노래(코인,뮤비)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경마장 및 카지노 등이다. 이 중 실내체육시설엔 정기이용권자를 고려해 14일까지 2주간 계도 기간이 주어지고, 그 외 나머지 시설들은 오는 7일까지 일주일 간 계도 기간을 가진다.

계도 기간 이후 해당 시설에서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시 이용자에겐 위반 차수별 각 10만원 상당의 과태료가, 시설 관리 및 운영자에겐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 상당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시설 관리 및 운영자는 1차 위반 시 운영중단 10일→2차 운영중단 20일→3차 운영중단 3개월→4차 폐쇄명령 등 행정명령을 받는다.

◆ 위드 코로나에도 울상 짓는 '3장'(목욕장·헬스장·노래연습장)

이 같은 조치에 백신패스 의무 적용 대상으로 지정된 시설 업주 일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특히 목욕장업은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어도 영업을 위해 목욕물을 받아 놓고 뜨거운 상태로 유지하는 데 드는 기본 유지비 부담이 컸던 터라 이번 백신패스 도입에 불만이 높았다.

해당 목욕탕 관계자 김모(50) 씨는 "지난 주 금요일에 회원들을 상대로 백신패스에 대한 안내 문자를 보내자 미접종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백신을 맞아야 출입할 수 있다면 그냥 이제부터 나오지 않겠다'며 탈퇴하는 분들도 많다.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등 피해가 큰 데 왜 또 우리만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안귤희 한국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사무국장은 "대구에 목욕탕이 300군데 정도 있는데 코로나19로 50곳 이상이 없어졌고 휴업 상태인 곳도 많다"며 "어르신들은 목욕하러 올 때 아예 휴대폰을 안 들고 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일일이 백신 접종 증명서 및 음성 확인 검사지 지참 여부를 확인하며, 면전에 대고 입장을 막아야 할지 난처해 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백신패스 도입 대상 시설인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역시 그동안 코로나19로 영업 피해가 컸던 만큼 업주들의 억울함도 크다. 미접종자의 경우 48시간 이내 PCR 음성 결과 검사를 받은 사람에 한해 입장이 허용되지만, 유효 기간이 너무 짧아 사실상 없으나마나 한 예외 조치란 것이다.

대구 북구에서 8년째 휘트니스센터를 운영해 온 김모(37) 씨는 "우리는 대학교 근처에 있어서 회원의 50%가 젊은 사람"이라며 "이들 중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백신 접종을 피해온 회원들도 많은데 백신패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환불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일부 회원의 입장을 아예 금지하는 지금보다 샤워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던 거리두기 3단계 시절이 차라리 나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백신접종 거부자 정모(29)씨는 "정부는 애당초 백신 접종에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했으면서 미접종자의 경우 매주 2, 3번씩 음성확인서를 떼와야만 입장이 가능하게 한 건 사실상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백신패스를 마스크 벗고 식사하거나 대화하는 식당과 카페에 적용하는 게 아닌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헬스장에 적용하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 남구에서 11년째 노래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63) 씨는 "상권이 좋은 곳에 있는 노래연습장은 그나마 사정이 좋겠지만 우리는 외진 곳에 있어 한 달 매출이 50만원도 안 나오는 등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며 "단골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인데 이들을 상대로 일일이 백신접종 및 PCR 검사 음성 결과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거부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검사를 담당하는 종업원을 따로 둘 형편도 안 돼서 업주 혼자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상황에 술 마시고 단체로 오는 손님들을 붙잡아두고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했다.

◆ 미접종자라도 '의학적 사유' 인정받으면 입장 가능?

방역당국은 의학적 사유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미접종자에 한해서 '예외자'로 인정해 필요 증명서를 지참할 시 입장을 허용할 방침이나, 인정되는 '의학적 사유'의 범위가 한정적이라 실제로 의미가 있을진 불분명한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의학적 사유로 인한 예외자는 ▷코로나 19 예방접종 1차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인해 보건소를 통해 금기‧연기 대상자로 통보받은 자 ▷진단서 또는 소견서 상에서 면역결핍자 또는 항암제‧면역억제제 투여로 인해 백신접종 연기가 필요하다고 명시된 자다.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아나필락시스 반응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모세혈관누출증후군 ▷심근염‧심낭염 ▷길랑바레증후군 등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크게 중대한 질환으로 이행하지 않는 두드러기나 간단한 통증, 발진, 발열 등은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그 심각성은 별도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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